[김현주의 일상 톡톡] 어느 60대 노인의 '서글픈 이야기'

김현주 2016. 3.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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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들은 소득뿐 아니라 자산을 기준으로 한 빈곤 상태도 심각합니다. 65살 이상 노인 1인 가구는 지난 25년새 13배나 급증했는데요. 현재 40대 중반의 중년층이 노인이 되는 20년 뒤에는 독거노인이 지금보다 2.5배 가량 많은 340만 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1인 가구, 그중에서도 독거노인들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킵니다. 고령화 노인이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고독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인데요. 독거노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저생계비 미만인 독거노인 비율은 53.8% 수준인데요. 이는 전체 노인 평균인 34.3%보다 훨씬 높습니다. 하루 1~2회만 식사하거나 음식을 사먹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인 ‘결식률’은 독거노인이 24.0%로, 노인 평균의 두 배 가량이었습니다.

#.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모(62)씨는 지난 겨울에도 추위로 고생을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동장군에 난방비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김씨는 "연탄이 모자라 최소한으로만 사용해 방을 데웠다"며 "집이 워낙 낡아 외풍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해 집안에서도 외투를 입은 채 힘겨운 겨울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노인들은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을 기준으로 한 빈곤 상태도 심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의 여유진 기초보장연구실 연구위원은 2011년 국민생활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인의 자산과 소득 수준을 분석한 '생애주기별 소득·재산의 통합 분석 및 함의'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75세 이상 독거노인, 딱히 할일도 돈도 없어

75세 미만 독거노인의 순재산은 전 연령대 평균을 100이라 할 경우 절반 이하인 45.0이었다. 75세 이상 독거노인의 상황은 더 심각해 33.8로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그나마 노인부부의 순재산 수준은 129.7로 평균 이상이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노인들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 노인빈곤율 통계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 소득이 낮고 자산도 많지 않은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 노인의 상대적인 재산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낮은 편에 속한다"며 "재산의 세대간 이전이 노년기에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소득이 높은 가구가 재산수준도 높고, 소득이 낮은 가구는 재산수준 역시 낮은 '소득과 재산의 동행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75세 미만 독거노인의 가처분소득과 순재산 사이의 상관계수(높을수록 상관관계 높음)는 2003년 0.285, 2011년 0.35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75세 이상 독거노인 역시 0.205에서 0.342로 상승했다.

혼자 살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며 스스로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노인일수록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했다.

보사연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노인의 식품미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보고서를 보면, 만 65세 이상 노인의 4.5%가 식품미보장을 경험했다. 식품미보장은 적절한 양질의 식품을 충분히 소비하거나 얻지 못한 상태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먹을 것을 살 돈이 없거나 식사를 거른 경험 등을 포함한다.

보고서는 보사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한국복지패널' 2013년 자료를 바탕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5366명의 식품미보장 실태와 영향 등을 분석했다.

◆"밥 굶는 노인 아직도 많다"

식품미보장을 경험한 노인 중 배고픔을 동반하지 않은 식품미보장은 3.8%, 배고픔을 동반한 식품미보장은 0.7%였다. 식품미보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회귀분석한 결과를 보면, 독거노인일수록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노인일수록 식품미보장 정도가 높았다.

가구유형이나 건강상태 등 독립변수가 1단위 증가할 때 식품미보장을 경험할 확률을 보면 독거노인일수록 식품미보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2.1배 높아졌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식품미보장을 77% 더 많이 경험했다.

주관적인 건강 상태가 1단위 높아지면, 식품미보장 가능성은 51% 높아졌다.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수록 식품미보장을 경험할 확률도 높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사적 이전소득이 낮을수록 △식품 자가소비를 하지 않을수록 △무료 급식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수록 식품미보장 정도가 커졌다.

보고서는 "전체 노인 가운데 식품미보장에 더 취약한 독거 및 저소득 가구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서비스 공급 확대 등을 강조했다. 이어 "노인의 심리적·정서적·신체적 건강 상태를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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