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지갑 얇아지자 허리띠 더 졸라맸다
[경향신문] ㆍ2030 소득증가율 사상 첫 마이너스
영국에서 4년간 디자인을 공부했던 김진영씨(24·가명)는 해외명품 브랜드 구찌사에서 인턴으로 몇 달간 일하다 최근 그만뒀다. 5년간 해외유학을 했지만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턴으로 열심히 일해도 언제 정직원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김씨에게 인턴직을 제안한 헤드헌터도 “자리가 나야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는 “친구 대부분이 인턴을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취업이 힘든 데다, 취업해도 비정규직이 많아 월급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포동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박진영씨(37)는 요즘 속이 바짝바짝 탄다. 매출이 생각보다 크게 떨어져서다. 금요일 저녁에는 손님이 뚝 끊겼고 주말 손님도 대폭 줄었지만 주변에 돼지갈비, 쇠고기 등 식당들은 더 생겨나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창업한 것이지만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족족 문을 닫는다. 지난 2년간 이웃 가게는 3번 넘게 바뀌었다. 박씨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줄어 건물 월세 맞추기도 빠듯하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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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이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악화되면서 급기야 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 자체가 어렵고 그나마 질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기 일쑤여서 소득이 불어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청년소득을 올리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 기준이 바뀐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기준 임금근로자로 신규채용(근속기간 3개월 미만)된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64%로, 2009년 54%에서 6년 만에 10%포인트 늘었다.
지갑이 얇아진 청년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주거비(월세) 지출이 26.6% 급증하자 의류·신발(-9.3%) 등 가사용품 및 가사서비스(-10.7%) 등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항목의 지출을 줄였다.
20~30대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감소한 것은 청년실업 문제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득 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7일 발간한 ‘경제동향’에서 “경제활동인구 감소, 청년층이 직장 경력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데 따른 인적자본 손실을 초래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도 다음달 총선에 앞서 청년 관련 공약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청년들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구직급여를 주되, 취업 후 갚게 하자는 제안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은 여성·청년 고용의무할당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청년고용 문제 해소를 위한 노동개혁법안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이 청년층 임금 상승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주주배당을 늘리는 정도에 그쳤다”면서 “기업에 쌓인 소득을 청년 고용확대 및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형국·박병률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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