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자 대북 제재안' 발표]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군사 대응' 뺀 모든 '칼' 빼들었다
[경향신문] ㆍ러시아 반발 ‘부담’…개인 40명·단체 30곳에 금융 제재
ㆍ6개월 내 북한 경유한 외국 선박도 한국 입항 전면 불허
정부는 8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 및 제3국의 개인 40명과 단체 30개를 금융 제재 대상자로 지정했다. 6개월 이내에 북한에 다녀온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시켰다.
조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냈지만, 대북 압박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군사적 대응 뺀 압박 카드 총동원
정부 조치는 WMD 개발 관련 개인 및 단체에 대한 금융 제재, 북한 기항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 금지, 북한산 물자의 국내 반입 통제 강화, 한국인의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 권고 등으로 요약된다.
금융 제재 대상자는 북한 개인 38명과 단체 24개, 북한을 우회 지원하는 제3국적 개인 2명과 단체 6개이다. 정찰총국장 당시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비무장지대(DMZ) 지뢰 사건 등 대남 도발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 김여정과 ‘북한 2인자’로 평가되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제외됐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은 국내 금융기관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고, 자산이 국내에 있을 경우 동결된다.
180일 이내에 북한에 기항했던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된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 66척이 국내 항만에 104회 입항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 소유이지만 제3국 선박으로 등록된 ‘편의치적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서 사실상 군사적 대응을 제외한 동원 가능한 대북 압박 카드를 거의 다 빼들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2270호,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의 독자 제재에 이어 남한 제재까지 이중삼중의 제재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당장의 실질적 효과보다는 간접·상징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2010년 5·24 조치로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전면 중단시킨 상태여서 추가적인 제재 수단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 제재만 해도 북한 인사들이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있을 가능성이 낮아 당장 어떤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 기항 선박의 국내 입항 금지 조치도 북한의 물류 이동을 일부 제약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국·러시아의 소형 해운사들이 북한만 전담으로 오갈 경우 막을 방법은 없다.
■대러 외교 부담도
이번 조치로 인해 남·북·러의 3각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무기한 중단됐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러시아 측에 이번 조치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서 불가피하게 취해진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던 정부로선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외교 전략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동력을 상당히 잃게 됐다.
<김재중·박병률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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