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비판 당한 한·일 위안부 합의
[경향신문] ㆍ여성차별철폐위 “여전히 해결 안된 문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배상도 권고했다.
이는 한·일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인권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 유엔본부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최종 의견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가해자를 기소하라는 2009년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날 공개한 일본의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위안부 문제 한·일 합의가) 피해자 중심 접근을 충분히 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교과서에 이 문제를 적절히 반영하고 학생이나 일반인이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피해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권고도 포함됐다.
이 위원회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따라 설립된 여성 인권문제 전문기구로 과거에도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에 책임인정과 배상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09년 보고서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 태도에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유엔 산하 인권기구가 한·일 합의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정부는 난감해 하면서도 한·일 합의를 옹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합의는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들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됐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또 “12월28일 합의가 충실히, 성실히 이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종전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국제기구가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피해자인 한국 정부가 가해자인 일본과 한목소리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소식통은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위안부 문제 합의가 한국 외교를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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