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한국이름처럼..빙판 휩쓰는 196cm

2016. 3. 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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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통 스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테스트위드

안양 한라의 귀화 선수이며 아시아리그 최우수선수인 마이크 테스트위드가 8일 경기도 안양의 아이스하키링크에서 스틱으로 퍽을 튕기고 있다. 안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몸이 부서져도 좋아요. 그게 내 일이니까요.”

2015~20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귀화 공격수 마이크 테스트위드(29·안양 한라). 1m96, 95㎏의 거구로 탁월한 하드웨어가 위압적이지만, 그의 강점은 멘털에 있는지 모른다. 최전방 공격수로 상대 골리의 시야를 막는 스크린플레이 때는 수비수의 집중 견제로 “온몸이 부서질 정도”의 타박을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나의 잡(job·일)이다. 내가 힘들고 아플수록 우리가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나보다는 팀”이라고 말한다.

안양 한라팀 최전방 공격수로
올시즌 35골·31도움 특급 활약
아시아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혀
몸 안사리는 스크린플레이 탁월



미국 청소년대표 출신·AHL 경험
태극마크 위해 1년전 전격 귀화
“세계적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로
평창서 서프라이즈 보여줄게요”

미국 콜로라도 출신으로 2013년 7월 한국 땅을 밟은 테스트위드. 애초 변방의 리그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빠르고 역동적인” 아시아 아이스하키를 본 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첫 시즌이 끝난 뒤 체중을 10㎏ 뺐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동력을 키워야 했다. 내 인생에서 그때처럼 치열하게 몸을 단련한 적은 없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과도 싸워보고, 하부리그 격인 아메리칸아이스하키리그(AHL)에서 뛰면서 익힌 습관도 바꿨다. 그리고 이번 시즌 35골, 31도움으로 최강의 선수로 우뚝 섰다.

주문제작한 스틱의 한편에 인쇄된 태극기는 테스트위드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지다. “귀화 결정은 내가 이 나라를 위해 뛰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것은 지켜야 하는 계약이다.” 휴가기간이 줄어드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사실 미국 청소년대표로 뽑힌 적이 있는 테스트위드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주최하는 대회에는 나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태극마크를 더 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귀화 결정에 대해 부모님이 아들의 결정을 지원하고 격려해주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에서 잘하고 싶다”고 했다.

상대 수비수와 몸으로 부딪치고 비벼주는 일은 테스트위드의 말처럼 “희생하는 역할”이다. 티가 나지 않는 궂은일이고 위험도 따른다. 하지만 테스트위드는 “강팀은 선수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먼저 움직일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주변의 동료들도 동의한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이돈구는 “외국인 선수를 여럿 겪었지만 역대 최고다. 언제나 밝게 받아들이고,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고 귀띔했다.

테스트위드의 고득점 능력은 동료를 위한 헌신 속에서도, 퍽이 다시 튕겨 나오거나 각이 보이면 지체 없이 골을 엮어내는 집중력에서 나온다. 그것은 이미지트레이닝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테스트위드는 “훈련을 할 때는 해야 하는 일을 한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요가로 스트레칭을 할 때도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즐거워서 한다”고 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테스트위드의 파괴력은 증명이 됐다. 지난해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챔피언십 디비전1 B그룹에서 우승해 디비전1 A그룹으로 승격할 때 그는 4골 4도움을 기록했다. 다음달 폴란드에서 열리는 디비전1 A그룹 대회는 세계 17~22위권 6개국의 싸움인데 한국이 꼴찌를 하면 다시 B그룹으로 내려가야 한다. 테스트위드는 이미 귀화한 브락 라던스키(한라),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 브라이언 영(하이원), 그리고 곧 귀화가 허용될 맷 달튼(한라), 에릭 리건(한라)과 함께 출전할 예정이다. 테스트위드는 “한국은 가장 준비를 많이 하는 나라다. 자신감도 커졌기 때문에 이번엔 꼭 잔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그는 “2018 평창에서는 세계적인 강호와 대등한 경기력으로 서프라이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당장은 12·13·15일 안양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5위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와의 플레이오프 4강전에 대비해야 한다. 도호쿠는 지난해 안양에서 열린 챔피언전에서 안양 한라에 3패를 안기며 우승컵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한라가 되갚아줘야 할 때다. 8일 안양 빙상장에서 부족하다고 여기는 슈팅과 스케이팅 기술을 다듬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던 테스트위드는 “최종 목표는 6승을 해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 뛴다”고 했다. 콜로라도에서 산 타는 데 귀재였던 ‘산사람’인 그는 한국 이름 강태산(姜太山)처럼 커 보였다.

안양/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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