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공천작업이 한창인 정치권에 ‘자객공천’ 바람이 불고 있다. 여야가 상대당 정적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 성격의 전략공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는 명목으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들을, 더민주는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인사들을,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당권파들을 겨냥해 각각 맞춤형 후보 투입을 벼르고 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허구한 날 하는 것 없이 옛날 아스팔트 데모하던 기분으로 국회의원 생활한 사람은 20대 국회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될 사람”이라며 자객공천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에도 “지난 몇년 동안 계속 국정의 발목만 잡고 민생을 외면했던 야당 의원들 중심했던 사람들의 출마 예상 지역구에는 우리로선 킬러(Killer)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정부여당이 추진한 주요 개혁입법안에 대해 제동을 거는 데 앞장섰던 이종걸 박영선 이상민 의원 등 더민주 내 강경파들을 최우선 타깃으로 꼽고 있다. 또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주도했던 정청래, 신경민, 서영교, 이언주 의원 등도 ‘손볼’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총선 후보자 공천심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손가락으로 X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더민주는 이 같은 여당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자객공천’이야말로 국민배신 공천”이라며 “정권의 폭주에 비타협적으로 맞선 야당 의원들을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상향식 공천 약속도 완전 파기하는 것, 이것이 박근혜 연출, 이한구 주연의 막장 공천 드라마의 실상”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그러나 더민주도 내부적으로는 자객공천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의 지역구에 경쟁력을 갖춘 영입인사들을 출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자신들과 야권 주도권 경쟁 중인 국민의당에 대해선 자객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광주 서을)에는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전 상무,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에는 이용섭 전 의원, 유성엽 의원(정읍고창)에는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 원장을 각각 공천했다.
국민의당도 거대 양당에 뒤질세라 칼을 갈고 있다.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앞서 7일 “4·13총선에서 ’수구진박 및 친노패권·무능86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며 여야 지역구 10곳에 대한 특별공천을 촉구했다. 수구진박 세력으로 새누리당 한선교(용인수지)·홍문종(의정부을)·김을동(서울 송파병)·윤상현(인천 남구을)·이정현(순천곡성) 의원을, 친노패권 세력으로 더민주 이해찬(세종)·이목희(서울 금천)·정청래(서울 마포을)·김경협(경기 부천원미갑)·전해철(안산상록갑) 의원을 각각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