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독자 대북제재안, 효과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적 의미"
[머니투데이 박소연, 신현식 기자] [[the300]전문가 "남북간 교역 적어 실효성 낮아…안보리 제재와 독자제재 실효성 위해 지속적 이행 중요"]
정부가 8일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확대하고 해운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 이후 전세계적인 독자제재 움직임에 힘을 보태며 북한을 옥죄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되는데 실효성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이날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한 북한 및 제3국 개인 40명과 단체 30곳에 대해 금융거래 중지와 국내자산 동결 등 독자적인 금융제재를 취하기로 했다. 기존 금융제재 대상은 제3국의 단체 4개와 개인 3명에 불과했지만 이를 통해 단체 34개와 개인 43명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특히 대남 도발을 지휘하는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달 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서는 제재대상에서 빠졌었다.
정부는 또 북한에 들렀던 외국 선박에 대해 180일 내 국내 입항을 전면 금지하고 제3국 국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소유인 '편의치적등 해운제재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러시아와 북한과 함께 추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정부는 "지난해 총 66척의 북한기항 제3국 선박이 국내 항만에 총 104회 입항했고 주로 철강, 잡화 등을 수송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선박은 통상 6개월 이상 운송계약으로 운영되기에 외국 선사들은 우리나라에 취항하기 위해 북한가의 운송계약을 기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월10일 일본도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의 일본 입항을 금지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해운통제 강화로 북한의 해상을 통한 의심물자 수송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 정부는 우리 국민이나 재외 동포를 상대로 해외 북한식당 등 북한 영리시설의 이용을 자제하도록 계도하기로 했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 식당은 12개국 130여개가 운영 중이며 연간 수익은 1000만불 내외여서 외화수입 차단 효과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달 개성공단 폐쇄라는 강력한 독자제재가 단행된 상태에서 이번 정부의 독자제재안 발표는 실효적 효과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양자·다자적 차원의 대북제재를 선도하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남북한 교역이 이미 다 중단된 상태에서 실효성이 별로 있을 수 없다.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게 얼마나 되나, 항로는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이미 다 끊겼다"며 "개인이랑 단체 총 70여곳 재산을 동결한다는데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에 아픔을 주는 측면보다도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드러내 대북제재를 선도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이자 정부의 의지 표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한 것만으로도 북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교수는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영철 통전부장을 제재대상에 추가한 것도 '북한은 대화할 수 없는 상대다'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독자적 대북제재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이번 2270호 유엔 안보리 제재든 독자적 제재든 우리나라와 전세계 국가들이 전부 다 초반에만 냄비에 물 끓듯 하다 두세달 지나고 유야무야 유명무실화되는데 그래선 안 된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망을 동원해 중국과 미국이 해야 할 제재를 하지 않고 있으면 찾아내서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경우에도 4년간 제재를 지속해 효과를 본 만큼 우리도 4년 이상을 생각하고 강력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이번 제재의 실효성을 따지는 것보다 지속적인 제재의 유지를 위해 우리나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정부의 독자제재안에 불쾌감을 표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 신경이 쏠려있기 때문에 반발감을 드러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10시간만인 3일 오전 10시쯤 원산 일대에서 신형 300㎜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추정되는 단거리발사체 6발을 발사한 바 있다.
박소연, 신현식 기자 soyun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