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개 가문 재산 1조 굴린다

채종원 2016. 3.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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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환갑맞은 신영증권, 슈퍼리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두각금융·부동산·증여 등 전문가 13명 자문자산규모 제한 없지만 지인 추천받아야
'미국 슈퍼리치 가문 가운데 70%는 2대(代)에 집안 자산을 모두 탕진했다. 3대에 이르면 그 비중은 90%까지 늘어났다.' 미국 자산컨설팅업체 윌리엄스그룹이 조사한 결과다. 또 자산운용사 US트러스트가 순자산 300만달러 이상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78%가 "자녀들이 상속받은 재산을 잘 굴리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슈퍼리치는 어떻게 하면 대대손손 자산을 잘 지킬 것인지가 제일 큰 고민거리다. 부호들의 이런 불안심리를 겨냥해 한 가문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집사 노릇을 하는 게 바로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다.

1882년 석유왕 록펠러가 만든 '록펠러 패밀리오피스'에서 시작된 패밀리오피스는 현재 전 세계에 5000여 개가 활동 중이다. 국내에는 2012년 4월 신영증권이 선보인 'APEX패밀리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출범 4년 만에 400여 가문의 총자산 1조원을 관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APEX패밀리오피스는 일정 규모 이상 자산 보유 시 이용 가능한 부유층 서비스와 달리 '지인 추천'으로 가입할 수 있다. 김응철 APEX패밀리오피스 담당이사는 "창업주 일가와 오랫동안 투자 의견을 교환해오던 지인들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기존 고객과 회사 임원 소개로 들어온 사례가 대부분으로 재산 규모에 대한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언론을 통해 알게 된 후 연락해 오는 자산가들을 회사 주변 커피숍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대부분 회원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언뜻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제한된' 대상만 누릴 수 있는 고급 서비스라는 의미다.

선택된 가문을 컨설팅하기 위해 사옥 한 개층 전체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는 임원급 2명, RM(Relationship Manager) 4명, 부동산 전문가 2명, 세무사 1명, 포트폴리오 담당 2명 등 총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이곳은 철저히 팀플레이로 운용돼 개인적 영업 성과를 더 중시하는 직원은 만족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패밀리오피스팀은 상호 의견 조율과 역할 배분을 통해 금융투자, 부동산매매, 절세·증여·상속 등에 대한 자문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회 환원을 위해 공익장학재단 설립을 생전에 약속했던 고객이 사망한 뒤 APEX패밀리오피스 담당 직원은 남은 가족들과 함께 재단을 만드는 과정을 지원하고 현재 이사회 이사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또 고객 가족이나 지인으로 구성된 그룹을 대상으로 투자 관련 토론과 공동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현재 5개 그룹이 활동 중이다. 미국 유학 중인 손자의 취업을 고민하는 고객을 위해 직접 미국 월스트리트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이후 인턴 채용까지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부동산 자문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타사와 차별되는 경쟁력이다. 부동산 자문은 패밀리오피스 설립 초기 서비스 개념으로 무상 제공했지만, 2014년 정식 인가를 받은 후부터는 자문수수료를 받고 있다. 단순히 매물에 대한 의견을 보고서로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김 이사는 "저희는 고객을 대신해 파트너와 가격 협상과 계약을 체결하고 종종 공사 현장 관리 감독도 한다"며 "때로는 난동을 부리는 임차인을 설득하는 업무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담당 선임은 새벽 1시 고객 집 앞에 임대 조건에 대해 항의 중인 임차인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 임차인과 이야기를 나눈 뒤 집에 돌려보낸 경험도 있다.

김 이사는 "이제는 총예탁자산(AUM)이 아닌 총서비스자산(AUA·Asset Under Advicement) 개념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 골드만삭스 계좌, 한국 빌딩, 유럽에 있는 별장, 친구들과 함께 투자한 이라크 유전광구 등 흩어져 있는 자산들을 통합해 들여다보고 추가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 세금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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