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결전의 날' 밝았다..AI 공생시대 본격화

김미희 2016. 3. 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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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분석력이 vs. 인간의 직관력'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 간 '세기의 대결'이 9일 시작된다. 오는 15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대국은 'AI의 인간세계 정복론'과 맞물리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 실력을 모방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인간의 직관력과 판단력을 100% 구현하지 못한다"고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반면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다르다. 반복적인 자가학습으로 더욱 강력해졌다"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승패와 상관없이 이번 대결을 기점으로 '인류와 AI의 공생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AI는 인간에게 아주 강력한 도구이지만 가치 판단에 있어서는 중립적이다. 즉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 기여'와 '인류 위협'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포함한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세돌 9단(가운데)과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오른쪽 첫번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대국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번 대국을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정의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사진=구글코리아

■인간의 직관력까지 모방하는 알파고
이세돌 9단과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대국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9일 인간과 AI의 첫 대결은 인류 및 정보기술(IT), 바둑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력까지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력과 본연의 감각까지 어느 정도 모방하리라는 느낌이 온다"며 "이번에는 (제가) 이기겠지만, 언젠가는 AI가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관이란 10의 170승에 달하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일일이 따지지 않고, 인간의 감각으로 최적의 수를 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현재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힌 뒤,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을 기반으로 탐색의 깊이를 좁혀 인간의 직관력을 모방할 수 있다. 이른바 '신경망 접근 방식'이다.

■이세돌 '신의 한수' vs.알파고 '신경망'
또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을 치른 이후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개월 동안 스스로 학습하면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다만 컴퓨팅 성능은 판후이 대국 때와 동일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또 매일 대국이 끝난 다음 새로운 법칙을 추가하는 형태의 프로그래밍 작업은 하지 않겠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하사비스는 "컴퓨팅 능력을 더하면 더할수록 알파고의 핵심 능력인 몬테 카를로 트리 탐색을 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하드웨어보다는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onte-Carlo tree search)이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기법이다.

그는 또 알파고의 최대 강점으로 인간과 달리 피로감이나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약점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여러 차례 시험해 어떤 성능이 떨어지는지 알고 있다"며 "이번 대국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약점들도 새롭게 파악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 인류를 위해 활용될 '인공범용지능'
구글은 "알파고는 단순한 AI가 아닌 '인공범용지능(AGI·Artificial Global Intelligence)'으로써 인류를 위해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사비스 CEO는 "우리는 알파고를 바둑 게임 이상에 활용하고 싶다"며 "지능을 분석하고 인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실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학습 기계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AGI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로 건강관리(헬스케어)나 로봇, 스마트 시스템 등을 꼽았다. 하사비스는 "의료보건 분야가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라며 "의료진이 기계학습과 AI를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첫 대결은 인간의 승리로 장식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간과 컴퓨터의 첫 대결은 인간의 승리로 장식될 것이란 게 이세돌 9단의 전망이다.

그는 "알파고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라, (저도) 매일 한 두시간씩 머릿속 바둑판에 알파고와의 대국 환경 상황을 추가해 대국에 임하는 '가상훈련'을 하고 있다"며 "내일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오는 9일(1국),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총 5판의 대국을 벌인다.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될 예정이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는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최종 승자에게는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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