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1원 싼 곳 찾아서..' 최저가 분유 전쟁, 왜?
[뉴스데스크]
◀ 앵커 ▶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업체 사이에 요즘 손님 뺏기 경쟁이 한창입니다.
1원 단위 할인 전쟁 한가운데 바로 이 분유가 있는데요.
꼭 필요한 만큼 부담도 큰 분유, 오늘 앵커의 눈에서 들여다봅니다.
박영회 기자 보도부터 들어보시죠.
◀ 리포트 ▶
먼저 포문을 연 건 이마트였습니다.
15개 분유 제품의 가격을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최대 35% 내렸습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 그중에서도 쿠팡을 겨냥했습니다.
작년 이마트 점포에서는 분유 판매량이 28% 줄었지만 쿠팡에서는 세 배나 늘자 위기의식을 느낀 겁니다.
쿠팡은 같은 제품값을 7원 더 내려 맞섰고, 일주일 만에 이마트가 다시 160원가량 낮추면서, 쿠팡과 다른 온라인 판매 업체들도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소비자들 반응은 뜨거워, 행사 기간 동안 이마트 분유 판매는 전년보다 네 배가량, 쿠팡은 70% 증가했습니다.
◀ 앵커 ▶
꼭 필요한 생필품이다 보니까 가격에 더 민감한 것 같은데요,
분유 값, 얼마나 하는 겁니까?
◀ 앵커 ▶
천차만별인데요,
가장 싼 제품, 보통 일반 분유라고 부르는데 1만 5천 원대라고 보면 됩니다.
DHA 성분을 강화했다, 유기농 재료나 유산균이 들어갔다는 이른바 고급 분유들은 한 통에 5만 원이 넘기도 합니다.
해외 직구 바람에 수입 분유도 인긴데요,
가장 잘 나간다는 독일산 분유의 경우 2~3만 원 정돕니다.
◀ 앵커 ▶
한 달에 네다섯 통 먹인다 치면 일반분유나 수입 분유는 10만 원 내외, 최고급 분유는 20만 원 넘게 든다는 건데요.
부모들 입장에선 비싸도 좋다는 분유 먹이고 싶겠죠.
가격만큼 효과도 차이가 날까요?
나세웅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이른바 프리미엄 분유 바람을 일으킨 초유 성분 분유입니다.
초유는 송아지 분만 후 3~4일간 분비되는데, 어미의 면역 인자와 항체를 새끼에게 전달합니다.
분유업체들은 이 성분을 0.2%에서 2% 정도 첨가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홍보합니다.
값은 일반 분유의 두세 배를 받습니다.
[김정춘]
"소화력이나 또 아기 몸에 좋다고 하니까. (한 달에) 15만 원, 20만 원까지도 쓰죠."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초유 성분 분유 출시 10여 년 만인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연구 결과 면역 강화, 성장 촉진 등 소의 초유 성분이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김혜경/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람과 젖소의 초유에 나오는 면역인자의 종류와 양이 다릅니다. 사람의 아기에게 얼마만큼 면역에 유효한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의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유 성분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시판 중인 40여 종의 분유를 조사했더니, 콜레스테롤, 트랜스 지방처럼 기준에 없는 성분도 60여 종이나 나왔습니다.
관련 법에는 '유용함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영양소'를 분유에 넣게 돼 있지만 정작 몸에 이로운지 따져보는 절차는 없습니다.
[손성완/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기준과장]
"조제 분유에 사용되는 성분에 대한 사전 평가 제도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입니다."
◀ 앵커 ▶
분유업체들이 검증 안 된 성분을 넣거나, 내용물 조금 바꿔서 가격을 올려 받는 식의 행태가 이래서 반복되는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해주실까요?
◀ 앵커 ▶
네. 남양유업이 내놓은 이 제품, 아래 등급 제품에 초유 성분을 넣고 다른 성분을 뺐는데, 가격은 30% 올랐습니다.
매일유업의 이 고급 분유도 일부 성분의 양만 변동이 있었고 아래 등급보다 가격이 36% 올랐습니다.
좋은 재료를 썼기 때문이라는 건데, 최근 5년 동안 이런 식으로 분유 값이 20%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물가지수 상승률의 두 배였습니다.
◀ 앵커 ▶
분유업체들, 1980년대엔 이런 광고도 했습니다.
분유를 먹어야 더 잘 자란다는 식인데요,
WHO가 금지하라고 권고하면서 사라졌죠.
모유를 대체할 분유는 없다는 게 WHO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 탓에 뚝 떨어진 모유 수유율은 2000년 들어서야 회복했는데,
그마저 생후 1~2개월에만 모유를 먹이는 산모가 50%를 조금 넘을 뿐, 5~6개월에는 크게 낮아집니다.
직장 다니는 산모의 경우 유축 할 시간도, 공간도 부족한 게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 앵커 ▶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 사망 위험이나 비만 위험이 크게 줄죠.
산모 역시 유방암이나 당뇨 위험이 줄어든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런데 좋은 줄 알면서도 모유를 못 먹이는 산모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모유를 나누는 '모유 은행'이 있다는데,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모유 은행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지난 3일]
"혹시 아기가 몇 주 만에 태어났어요? 31주요."
미숙아 출산으로 초유가 바로 나오지 않는 엄마입니다.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아이가 분유조차 먹을 수 없을 때, 이곳을 찾습니다.
[김인영 간호사/ 강동경희대병원]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든지 아니면 이제 위쪽으로 배출을 한다든지. 검사를 해보니까 분유 알레르기가 생긴 것이에요."
모유가 들어오면 영양분을 고루 섞고 저온으로 살균해 보관합니다.
기증자는 1주일에 열 명 정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별다른 지원이 없는 탓에 대여섯 곳이던 모유은행은 이제 전국에 두 곳만 남았습니다.
[배종우 모자보건센터장/ 강동경희대병원]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같은 데서는 전국 규모로 이런 시스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데..."
◀ 앵커 ▶
모유가 좋은 줄 알면서도 먹일 여건이 안 돼 포기하고 분유 먹이자니 10원 더 싼 곳 찾아다니죠.
아이 낳아라, 낳아라 하지만 당장 먹이는 일부터 만만치 않은 게 우리 부모들 현실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