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 이사 선임..브레이크 없는 재벌 주총

2016. 3. 7. 2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배임,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로
투자자들 반대 받은 전력 불구
재벌 총수 일가들 다시 이사로

오너들 ‘책임경영’ 내세우지만
타당한 이유 제시·설득 노력 없어
30대 그룹 140명 이사후보 보니
10명 가운데 2명 이상 ‘반대’ 경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일가 상당수가 투자자들로부터 이사 선임 반대를 받은 전력에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에 재선임됐다. 이들은 과거 배임이나 횡령 등 경제범죄나 과도한 계열사 등기이사 재직 등으로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반대를 받았지만, 이번 재선임 과정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책이나 주주친화정책 등 개선책을 내놓지 않은 채 이사 후보가 됐다.

7일 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결권정보광장(vip.cgs.or.kr)을 보면, 이달 주총에서 이사 후보가 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을 비롯해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 효성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현상 형제, 씨제이(CJ)제일제당 손경식 회장, 롯데 신동빈·영자 남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등은 국민연금이나 베어링자산운용,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 등 국내외 투자자들의 반대를 산 경력이 있다.

정몽구 회장 부자와 최태원 회장, 조석래 회장 일가 등은 과거 배임이나 조세포탈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더욱이 조석래 회장 일가는 지난 1월 1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지만 다시 이사 후보가 됐다. 또 손경식 회장은 지난해 씨제이 주총에서 이재현 회장이 투옥 중이어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는데도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에 찬성한 이유로, 신동빈 회장 남매와 조양호 회장은 너무 많은 계열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이사 충실 의무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그룹은 총수 일가를 이사 후보로 올린 이유로 ‘책임경영’을 들었다. 현대차와 에스케이, 롯데 쪽은 “등기이사가 돼 오너십에 근거한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많은 이들을 등기이사로 다시 선임하려는 이유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의 송민경 연구원은 “총수 일가가 과거 경력으로 무조건 이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재선임을 받으려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거나 주주친화정책으로 지배주주나 투자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없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최태원 회장을 이사 후보에 올리면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와 퇴직금 일부 삭감 조처만을, 효성은 아무런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재벌 총수 일가 외에도 30대 그룹의 많은 이사 후보들이 과거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로부터 반대를 받았다. 기업지배구조원은 8~18일 주주총회를 여는 30대 그룹 83개 계열사의 이사 후보 140명 가운데 22.1%인 31명이 반대 경력이 있었다.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개한 기관투자자들은 이들에 대해 5건 이상 반대나 10% 이상의 반대율을 보였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에서 삼성화재 손병조 사외이사가,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정명철 이사와 현대차 이유재 사외이사 등이 ‘독립성 취약’을 이유로 반대에 부닥쳤다. 씨제이제일제당의 이기수, 최정표, 김갑순 사외이사 역시 2013년 선임 당시 같은 이유로 반대를 받았다.

또 협력업체 대표가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도 있었다. 현대글로비스 마상곤 사외이사는 현대글로비스의 협력회사인 협운인터내셔널 회장을 맡고 있어 국민연금으로부터 이해 상충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들었는데도, 이번에 다시 재선임에 나선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김창근 회장은 2003년 에스케이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분식회계와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이유가 됐다.

신규 선임 이사 후보 가운데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날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삼성전자의 박재완 사외이사는 삼성그룹의 지배를 받는 성균관대 교수여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또 현대차 이원희 사내이사 후보는 정몽구 회장이 2008년 배임 등으로 유죄가 확정될 때 공모자로 판결문에 적시돼, 엘지하우시스 안영균 사외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재직하는 동안 외부감사를 수행해 상법 위반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새누리 장수 김무성에 주는 시’…카톡에 퍼진 ‘풍자 무대’
유엔, 한·일 위안부 합의 비판 “불가역적 해결은 피해자 중심 접근 아니다”
표창원 ‘허접’ 선거포스터가 불러온 ‘재능기부’ 사태
아직도 배고픈 박 대통령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도 적극 나서달라”
[화보] 100년 전 양반가 여인들…조선시대엔 무슨 일이?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 | [인기화보][인기만화][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