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김은희 작가 "미제사건, 기억해주길 바랐다" (인터뷰)

김윤지 2016. 3. 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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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김은희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멜로 일색인 한국 드라마를 한 뼘 확장시킨 작가가 있다. SBS 드라마 ‘싸인’(2011),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 등을 통해 장르물을 개척한 김은희 작가다. 특히 방영 중인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시그널’(연출 김원석)이 호평 받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 작품성까지 모두 잡으며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가다. 촘촘한 대본, 세련된 연출, 자연스러운 연기.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시그널’은 무전기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가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는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영향을 주는 다소 복잡한 줄거리로, 뒤바뀐 과거로 인해 주인공이 죽었다 살아나기도 한다. 꼼꼼하고 치밀한 설정 덕분에 추리하며 보는 맛이 있다. 대도사건, 밀양집단성폭행 사건 등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생각할 거리까지 남겨 잘 만든 장르물로 사랑 받고 있다.

놀랍게도 김 작가는 지난달 말 집필을 마쳤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긴 여정이었다. 지난 1일 태국 푸껫으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그는 오는 12일 종영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갓은희’란 시청자가 붙여준 애칭이 쑥스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르물은 중간유입이 힘들어요. 흥행이 어려운 이유기도 하죠. 그럼에도 장기미제 사건이 지닌 한(恨)이 있어요. 유가족과 피해자의 아픔에 집중하자고 김원석PD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에 공감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는 스스로 운이 좋다며 배우와 김PD에게 공을 돌렸다. 디테일에 강하면서 감성적인 김PD의 연출은 김 작가와 합이 잘 맞았다. “원했던 그대로의 캐스팅”인 김혜수(수현 역), 조진웅(재한 역), 이제훈(해영 역)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 작가는 “작가의 역할은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후 배우와 PD가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캐스팅이 좋았고,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몸을 아끼지 않고 액션 연기에 임한 김혜수, “예상한 그대로 잘해준” 조진웅, 수많은 대사량을 소화해준 이제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시그널’ 포스터(사진=tvN)
‘시그널’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나온다. 주인공을 비롯, 사건과 연관된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안하무인 망나니 세규(이동하 분), 섬뜩한 연쇄살인범 진우(이상엽) 등 범인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도 있다. 김 작가에게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를 묻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말했다. “주인공 3명 모두 짠하다”며 “스쳐지나간 조·단역 모두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작 보다 한층 강화된 로맨스에 대해서도 “그동안 여건상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다. 배우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간접광고(PPL)는 옥에 티로 지적됐다. PPL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시그널’도 예외는 아니었다. 샌드위치나 닭갈비집, 화장품이 뜬금없이 등장했다. 등장인물의 일상이 좀처럼 묘사되지 않는 장르물의 특성상 PPL이 주는 제약이 더 크게 다가온다. 김 작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넣고자 노력하지만 고충이 있다”며 “그렇지만 일부 PPL로 오해 받은 곶감, 미스트, 이불 등은 PPL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그널’은 후반부에 들어 밀양집단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키는 인주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덩달아 실제 사건도 재조명 받고 있다. 그는 실제 사건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며 “지난 사건에 대해 시청자가 상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균형잡힌 시선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지만, 피해자와 그의 가족에게 2차 상처를 주진 않을까 고민이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시그널’은 세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작가에게 정의란 무엇인지 물었다.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라는 재한의 대사가 있어요. 과연 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회는 가난하고 힘이 없어도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 사회에요. 똑같은 죄를 지었다면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 모두 동일하게 부합하는 죗값을 치러야죠. 그게 정당한 사회 아닐까요?”

김윤지 (ja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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