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무혐의 나오건 말건..일단 '호루라기'부는 공정위
◆ 무책임한 공정위 ◆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사무처가 실적 위주의 무리한 조사를 강행하면서 기업들 '속앓이'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공정위 의결 사건 가운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이 총 38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정위가 조사하면 기업들 스스로 혐의가 없다고 생각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협조해야 한다.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안건이 소회의 또는 전원회의에 올라갈 때 부풀려진 내용이 밖으로 새어나가 창피를 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2014년 시민단체 고발로 계열사 부당 기업어음(CP)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B기업이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길게는 3~4년 동안 조사한 뒤 무혐의 처리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데 있다.
이는 공정위 특유의 업무 처리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공정위는 자체 조사 혹은 민원 신청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내부적으로 검찰 역할을 맡은 사무처가 조사한다.
그 후 조사 결과에 따라 혐의가 인정되면 공정위 자체 재판부 격인 '소회의' 또는 '전원회의'에 송부한다.
마지막으로 9명의 위원(소회의는 3명)이 사건을 심사한 후 혐의를 인정하면 과징금이나 시정 조치를, 그렇지 않으면 무혐의 결정을 한다. 이처럼 다층적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결국 무혐의로 결론을 내려도 조사 과정에서 받은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 더욱이 공정위는 무혐의로 결정해도 '의결서'조차 남기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진다.
공정위는 "무혐의 사건을 의결서로 남기면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항변하지만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한 해 수천 건에 달하는 민원, 각종 조사 지시 등으로 업무가 과중하지만 잘못된 조사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보통 민원 중 10%가량이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악성 민원이 워낙 많다 보니 사건의 경중을 분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FTC는 무혐의 판결이 난 후에도 해당 의결서를 공개해 자신들의 귀책 사유를 밝힌다.
FTC가 어떤 사건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법적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 공정위는 무혐의 판결에 대해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큰 사건은 공정위가 내린 결론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등 신뢰를 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공정위는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인 반면 FTC는 행정부와는 별도로 독립된 기관이다.
위원 임명 방식도 다르다. 미국은 상원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하는 반면 한국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오승한 교수는 "우리도 공정위원장 임기를 보장하고 독립성을 강화시키면서 그 반대급부로 위원회 회의 결과를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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