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인수 설戰]② '반대' 현대원 서강대 교수 "미디어 생태계 파괴할 황소개구리 탄생"
“황소개구리 아시죠? 덩치도 크고 좋아 보이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다 잡아먹어서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했지 않습니까? CJ헬로비전 합병 후 SK텔레콤은 황소개구리가 될 겁니다. 방송통신 미디어 생태계가 흔들릴 겁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방송 1위 사업자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초대형 방송통신사업자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는 3월 4일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사진)를 만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KT 사외이사인 현 교수는 이번 인수 건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현 교수는 KT 사외이사가 아닌 학자로서 소신을 밝히는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번 강조했다.
현 교수는 “두 회사가 합병되면 방송통신시장에서 급격한 쏠림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 방송이 가진 사회적 가치들이 경제적 가치로 예속되면서, 결국 통신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현 교수와의 일문일답.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제가 말을 아껴온 것은 KT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학자로서 내 생각을 말하겠다. 방송통신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2가지다. 모든 국가는 이 두 가치의 밸런스(균형)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책은 방송통신의 사회적 가치를 보호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어떤 정책은 경제적 가치를 증진하는 데에 방점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 정책에선 사회적 가치가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되는 핵심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훼손됐을 때 생기는 피해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방송통신의 사회적 가치는 사회전체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선의 문제이며 지향점이다. 이 사회적 가치가 무너지게 되면 경제적 가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는 허상이 될 뿐이다. 즉, 경제적 가치는 수단이고, 사회적 가치가 방송통신정책의 목표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사회적 가치가 아닌 경제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두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점을 잘 아는 교수들조차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기업 눈치만 살피거나 기업 편을 드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번 인수합병의 본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통신시장의 자본적 논리에 방송의 사회적 가치가 종속화되는 것이다. 방송 정책의 핵심가치인 공익성, 다양성, 지역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 방금 얘기한 방송정책 핵심 가치 3가지가 무엇인가.
“경제적 가치를 우선한 이번 인수합병은 당연히 사회적 가치를 도외시했으므로 공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케이블 방송의 지역성도 훼손한다. CJ헬로비전은 전국 23개 권역에서 직접사용채널(직사채널)을 거느리고 있다. 현행 IPTV법은 IPTV(인터넷TV) 사업자에게 직접사용채널 운영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우회적으로 이 채널을 소유하게 된다. 직접사용채널은 지역사회에서 보도 기능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들 채널을 우회적으로 소유하게 되면 케이블 방송의 지역성을 훼손할 수 있다.
마지막 핵심가치는 다양성인데 미국 같은 경우에는 구성원의 다양성이 중요하게 생각된다. 많은 인종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그러한 구성원의 다양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소유의 다양성이 문제가 된다. 통신 1등 사업자와 케이블방송 1등 사업자가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 방송통신시장에서 소유의 다양성이 깨지게 된다. 한 마디로 SK텔레콤이 갑이 되는 것이다. 처음엔 가만히 있던 지상파들도 지금에서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발언을 시작한 것 같다. 소유가 특정한 한 곳으로 몰리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인수합병이 되면 블랙홀이 형성돼 방송통신 미디어 생태계 내 모든 것들이 SK텔레콤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 오히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서 방송통신 생태계를 더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절대 아니다. SK텔레콤이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외쳤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인수 합병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말은 논리적 설명이 안되는 주장이다. 오히려 퇴보할 것이다.
지역 케이블 방송은 통신가입자를 늘리는 수단이 될 것이다. 과연 SK텔레콤이 지역케이블 방송 발전을 위해 돈을 투자할까. 지역 케이블 방송이 활성화되려면 나름대로 망 고도화를 이뤄내야 하는데 통신사는 망 고도화에는 큰 관심이 없다. SK텔레콤이 갑자기 그러한 태도를 바꾸진 않을 것이다. 케이블 방송의 경우 수도권이나 망 고도화가 이뤄졌지 아직도 지역에선 구리선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동안 KT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기가 망을 구축했다. 정부를 믿고 망 고도화에 앞장선 것이다. 반면 SK는 가만히 뒷짐만 지고 있다가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가입자를 돈으로 사 버렸다. KT가 망 고도화에 앞장선 이유 중 하나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입자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시장에서 통용된다면 앞으로는 아무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망 고도화 작업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통신가입자를 늘리는 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헬로비전을 인수해 케이블 방송 가입자 기반을 통신 가입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방송통신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할 황소개구리 탄생에 비유하고 싶다. SK텔레콤이 합병을 통해 케이블 방송을 더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다. 원하는게 있기 때문에 헬로비전을 합병하는 거다. 방송사업과 콘텐츠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다는 말은 믿을 수가 없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가입자가 필요한 것이다. CJ헬로비전은 약 440만 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 이 중 SK텔레콤을 이용하는 가구가 50% 정도는 될 테니 이 숫자를 제외하더라도 약 220만 가구를 SK텔레콤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1가구당 3명으로 계산을 하면 660만명의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타 통신사에 가입된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가입자를 끌어오는 데 필요한 마케팅 비용은 매우 크다. 그런데 CJ헬로비전 인수 예상금액은1조-2조원이 제시되고 있다. SK텔레콤이 매우 저렴한 마케팅 비용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게 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가입자들에게 자사 통신과의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을 유도할 것이다. 결합상품 이용자에겐 가격적인 혜택도 주어질 것이다.”
― 결합상품이 나오면 사람들이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좋은 거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결합상품의 혜택에 눈이 가려질 것이다. 당장 지금보다 싼 값에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좋다고 느낄 수도 있다. 처음엔 요금을 낮춰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정부가 인수합병을 승인할 것 같은가.
“정부가 인수합병 승인을 안 해줄 것이다. 그래도 SK텔레콤이 인수합병 신청을 했으니 절차는 밟아주겠다는 것이 미래부의 입장인 걸로 생각된다. 만약 합병 승인을 해 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1인 시위를 해서라도 이 일을 막는 데에 앞장설 것이다.
방송통신정책은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코 경제적 논리가 우선돼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통합방송법이 제정되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해 발의된 통합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은 케이블TV 지분 33% 초과 소유를 금지하는 통합방송법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정부 발의인 만큼 미래부 등 현 정부의 법 제정 의지가 담겨있다. 통합방송법 취지에 역행하는 이번 인수합병 건을 승인한다면 이는 정부가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부는 합병을 승인해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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