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인수 설戰]① '찬성' 김성환 아주대 교수 "혼합합병에 정부개입 여지 없다"
2016년 국내 방송통신 시장의 최대 이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이번 M&A의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간 M&A는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과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결국 시장이 황폐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다. 조선비즈는 이번 M&A에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지닌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기고를 릴레이 방식으로 싣는다. 이를 통해 이번 M&A의 쟁점을 폭넓게 다루고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번 건은 서로 다른 업종 간의 ‘혼합합병’입니다. 정부가 굳이 개입해 규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업자가 사업을 정리하고 해당 분야에서 나가려고 할 때는 반드시 출구가 있어야 합니다. 이건 시장경제에서 기본입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에 대해 “정부가 불허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3월 4일 전화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김 교수는 만약 합병을 시도하는 두 기업이 경쟁 관계에 있는 상위 사업자라면 정부가 개입해 규제할 수도 있지만 이번 건은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한 사업자들끼리의 결합이고,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정부 규제 때문에 사업자가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구조”라며 “합병 이후 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경쟁사들의 주장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시장경제에서는 퇴로를 만들어 주는 게 진입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기존 사업을 매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자의 퇴로를 차단하는 건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구조를 막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성환 교수와의 일문일답.
- 정부가 이번 M&A를 불허해야 한다는 경쟁사들의 주장이 거세다.
“사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기업 간 합병이나 구조조정에 매번 개입할 필요가 없다. 굳이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면 ‘수평합병’을 규제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경쟁 관계에 있는 상위 사업자끼리의 합병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강력한 경쟁자끼리 합병을 하게 되면 경쟁제한성이 발생하거나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1위와 2위 사업자끼리의 합병이면 정부가 불허 또는 조건부 승인을 하는 경우가 있다.”
- 이번 건을 수평합병으로 봐야 하는가.
“수평합병의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큰 그림에서 서로 다른 업종 간의 ‘혼합합병’이라고 본다. 물론 SK텔레콤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방송(IPTV) 사업을 하고 CJ헬로비전도 알뜰폰 사업을 하지만, SK그룹과 CJ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자체가 워낙 다양하다. 그래서 전문가들끼리도 이번 M&A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큰 그림에서는 두 회사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번 합병도 정부의 개입 여지가 별로 없는 혼합합병이라고 생각한다.”
- 통신 이슈로 보는 사람도 있고, 방송 이슈로 보는 사람도 있다.
“통신사들이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때문에 통신 이슈처럼 보이는데, 이번 합병 건은 방송 이슈다. 유료방송 시장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사업자는 KT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방송에서 1위이긴 하지만 전국 단위로 보면 KT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 합쳐져도 여전히 유료방송 1위 사업자는 KT다. 즉 1위가 교체되는 합병이 아니라, 후순위 사업자들끼리 힘을 합쳐 1위 사업자와 대등하게 경쟁을 시작하는 합병인 것이다.”
- 합병 이후 유료방송 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 유료방송 요금은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사업자가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구조인데 합병 이후 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보는 건 기본적으로 말이 안된다. 현실적인 문제 제기가 아니다. 그리고 국내 유료방송은 수신료가 너무 낮고 배분도 제대로 안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 10여년 간 저가 논쟁만 반복됐는데 갑자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유선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력 전이에 관한 논쟁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이 등장한 이래 꾸준히 있었다. 반대 진영에서는 이번 합병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처럼 주장하는데 실은 예전부터 계속 해오던 이야기다. 합병된다고 해서 딱히 뭔가 더 달라질 건 없다. 나는 경쟁사들이 합병 부작용에 대한 설득 논리를 만들기 위해 지배력 전이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이라고 본다.”
- 지배력 전이는 해외에서도 규제하지 않나.
“물론 한다. 그런데 외국 정부는 가상의 상황에서 규제하진 않는다. 합병이 진행되는 시점에 가능성만 보고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일단 경쟁을 하게 두고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그때 개입하는 식이다. 처음부터 경쟁 자체를 못하게 막는 경우는 없다. 반면 이번에 국내 경쟁사들은 사전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합병도 되지 않았고 그에 따른 결합상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반대 진영에서 제시하는 예측치는 가상적인 상황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면 응답자도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없는 법이다.”
- 그렇다면 이번 M&A에 대해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포인트가 있나.
“있다. 이번 M&A가 왜 성사됐는지에 대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이번 건의 본질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사는 것이 아니라 CJ그룹이 CJ헬로비전을 팔기로 했다는 점이다. CJ그룹이 CJ헬로비전을 왜 파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CJ는 종합유선방송사업(SO)과 콘텐츠제공사업(PP)을 모두 운영하는 MSP(Multiple SO & PP) 전략을 추구했다. 일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현재 CJ는 콘텐츠에 올인하기로 사업 방향을 결정했다. 케이블방송 사업에서 여전히 수익이 나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의 성장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가 어두운 계열사를 매각해 벌어들인 돈을 콘텐츠 사업에 집중 투자하려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M&A를 승인 하느냐 마느냐의 논쟁도 중요하지만, 나는 사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고 해당 분야에서 나가려고 할 때는 반드시 출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건 시장경제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진입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퇴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업자가 어떤 분야에 진입해서 투자할 때 중요한 전제는 ‘하다가 안되면 팔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경제에 활기가 생긴다. 케이블방송 사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고민들이 있다. 이 분야 사업자들을 위한 퇴로 역시 하나의 가능성으로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 이걸 막는 건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구조를 막는 행위나 다름없다.”
- 굳이 SK텔레콤에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 않나.
“맞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절대강자인 KT에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구에게 팔 것인지는 사업자들끼리 알아서 결정하게 두면 된다. 정부는 경쟁제한성이 심하게 우려되는 경우에만 개입하면 되는데, 이번 건은 솔직히 그 정도라고 볼 수 없다.”
- 더 해주고 싶은 말 있나.
“2009년 말 오리온그룹이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경쟁사들은 CJ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 봉쇄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언급한 CJ의 MSP 전략에 반대했다는 말이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CJ가 그 수직계열화를 무너뜨리고 오직 콘텐츠 사업자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굉장히 바람직한 구조로 가는 것이다. 예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그토록 문제삼던 유료방송 수직계열화 이슈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별 말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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