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 '아이디어'·멘토 '경험' 만나 문화창작물 쏟아낸다

2016. 3. 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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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 '창의인재 양성사업' 활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문화창조벤처단지 지하 1층에서 열린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 현장 한 켠에 6장의 대본이 얌전하게 놓여 있다. ‘시골개 마루’, ‘국민혼령관리국’, ‘애타는 로맨스’ 등의 제목이 쓰여 있다. 창작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가 구체화돼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곳에서 열린 ‘거위의 꿈’ 축하공연을 혼혈소녀가 가난과 차별을 딛고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거위의 꿈’이 초보 창작자의 구상에서 근사한 무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선배 창작자와 제작사 등의 조언과 투자가 있었다. 

창의인재양성사업을 통해 제작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주최한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는 창작자들의 꿈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실화를 넘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콘진원의 ‘창의인재양성사업’은 초보 창작자인 멘티와 각 분야에서 이미 자리 잡은 선배, 제작사 등인 멘토를 연결해 다양한 장르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사업은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이제 막 창작작업에 발을 들인 초보들을 2명 정도의 멘토와 연결해 도제식 교육을 한다.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창작경험이 있으나 마지막 문턱인 데뷔를 못하고 있는 준전문가의 프로젝트를 제작사, 기획사와 매칭시켜 시장에 내놓는 것을 돕는다. 

창의인재양성사업을 거쳐 제작된 다큐멘터리 ‘춘이막이’.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멘티, 멘토의 결합은 기본적으로 멘티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성격에 따른다. 여기에 심층인터뷰가 보태진다. 멘토가 멘티를 일방적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멘티 역시 멘토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결합이 이뤄지면 그때부터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이 이어진다. 멘토들의 풍부한 현장 경험은 멘티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때로 멘토가 진행 중인 작업에 멘티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콘진원 유윤옥 차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멘티의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전했다. 지난해 디지털아트 분야의 멘티였던 이건희씨는 “지난해 아이디어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달려왔다”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책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창작 경험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멘티들은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을 지원받는 창구를 만날 수 있다.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가진 다른 창작자들을 만나 협업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멘티들이 꼽는 장점이다. 증강현실(AR) 분야의 사업화에 도전하고 있는 우철제씨는 “멘티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열린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에서 뮤지컬 ‘거위의 꿈’팀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초보 창작자의 구상이었던 ‘거위의 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선배 창작자들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연합뉴스
멘티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사업은 1년 단위로 진행되고, 실제 지원 기간은 10개월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하나의 창작물이 완성되기에는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 그 때문에 기간이 좀 더 늘었으면 하는 요구가 강하다. 유윤옥 차장은 “조금만 더 조언을 받으면 훨씬 훌륭한 성과물이 될 것 같은 경우에 2년차 지원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례는 많지 않다”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일단 시장에 나가서 부딪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의인재양성사업은 2012년 시작돼 그간 꽤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12년 참여했던 한정석 작가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2013년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등을 수상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큰 성공을 거뒀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제작자들도 2014년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다큐멘터리 ‘춘희막이’, 영화 ‘치외법권’, 웹드라마 ‘연애세포 시즌2’ 등이 제작됐다.

콘진원은 지난 4년간 멘티 845명, 멘토 378명이 참여해 1373건의 작업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수상한 작품이 86건이고 작품계약·데뷔로 이어진 게 175건이었다. 올해는 약 170명의 멘티, 약 90명의 멘토가 참여할 계획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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