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공무원 '파면'.."기준이 뭐냐"

한대광 기자 2016. 3. 6. 21: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비위유형 세분화·능동적일 땐 인사 우대’ 입법예고“
ㆍ4대강 홍보 등 업무 양심 따른 일처리도 못하게 돼”

인사혁신처의 ‘소극행정’에 대한 징계안은 그간 공직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직사회 혁신 차원에서 소극행정 공무원을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극행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인사권자가 악용할 소지도 있어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입법예고안은 현행 시행규칙에선 공무원의 비위 유형 중 하나인 ‘직무태만 또는 회계질서 문란’이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과 ‘회계질서 문란’으로 세분화됐다. 비위 유형에 ‘부작위’를 명시해 소극행정이 징계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또 소극행정에 대해선 비위의 정도나 과실 여부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최고 파면에서 최하 감봉·견책을 받도록 규정했다. 반대로 성실하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에게는 징계감경과 면책, 인사 우대 등 인센티브를 주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은 면책해 준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공무원이 일을 안 할 경우도 명백한 법령위반이라는 기준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을 물을 정도가 경미한 소극행정에 대해서도 경고·주의 처분이 가능토록 해 포상이나 근무평정, 해외연수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정만석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이번 징계제도 개선은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징계 등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공직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위의 개념이나 범위가 모호해 시행과정에서 논란은 예상된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소극행정을 징계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일만 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4대강 사업이나 국정교과서 홍보 업무를 공무원들이 양심과 원칙에 따라 소극적으로 하면 징계를 주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준이 모호하다. 지금도 처리기한이 정해져 있는 민원 업무는 사무처리 기준에 따라 제대로 일 처리를 못할 경우 주의·경고는 물론 징계까지 주고 있는데 누가 무슨 기준으로 소극행정을 판단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