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신용대출, 1조원 규모 풀릴 듯

선명수 기자 2016. 3. 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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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벼랑 끝 금리’ 몰린 서민들
ㆍ낮은 신용만큼, 당국 보증해 제도권 금융으로
ㆍ은행·보험사 손잡고 ‘중·저신용자용’ 상품 출시 박차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들었던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저신용자도 오는 7월부터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쉬워진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서울보증보험과 손잡고 연 10~15%대 금리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맞물려 잠잠하던 업계도 벌써부터 중금리 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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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문턱 못 넘으면 대출금리 급등…‘금리 절벽’ 메운다

중금리 대출이란 신용등급이 4~7등급인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0% 안팎의 중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정부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신용등급이 하락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곧바로 연 20%대의 고금리 대출시장으로 밀려나는 ‘금리 단층’ 현상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금융권의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은행이 연 4.4%, 상호금융이 연 4.6%, 여신전문사가 연 18.1%, 저축은행이 연 25.0%, 대부업이 연 30.2%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신용도 4~7등급의 중·저신용자는 698만명에 달한다.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2012년 말 223조원에서 2015년 말 258조원으로 증가했지만 신용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은 감소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2012년 69%에서 지난해 말 79%로 증가하는 등 고신용자 집중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중간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금융수요자가 있음에도 중금리대의 대출 공급은 미흡했던 셈이다.

■ 보증보험 연계 중금리 상품 출시…비대면 대출도 가능

종전에도 일부 카드사나 캐피털사가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긴 했지만, 시중은행들은 연체율 증가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와 신용평가정보 인프라 부족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를 꺼려왔다.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사가 은행과 저축은행이 공급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에 보증을 서는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 보증보험에 보험료를 내고, 보증보험은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일정 수준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출자는 돈을 빌린 뒤 보험료를 포함한 대출이자를 금융회사에 내야 한다. 대출금리 및 보험료는 보증보험사와 금융회사가 협의해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할 예정이지만, 은행의 경우 고객 신용도에 따라 4% 안팎의 보험료를 포함해 평균 연 10% 금리로 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경우 보험료 7%를 포함해 연 15% 금리로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은행과 저축은행 모두 60개월 이내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조건이다. 점포를 직접 찾지 않아도 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대출도 가능해진다.

■ 미지근하던 업계, 인터넷은행 출범 앞두고 속속 중금리 시장 합류

정부의 발표 후 은행연합회와 저축은행중앙회, SGI서울보증은 지난 2일 보증보험 연계 중금리 상품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농협·신한·우리·KEB하나·KB국민·씨티 등 6개 시중은행과 신한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이 상품개발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상반기 내 중금리 대출 상품의 세부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중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각각 5000억원씩 약 1조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상품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중금리 대출을 주요 수익모델로 내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대출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여타 금융사들도 중금리 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는 추세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카드업계 최초로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세분화된 신용평가를 실시해 카드론보다 금리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도 각각 SK텔레콤, SC은행과 손잡고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처음으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온라인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다. NH농협은행도 지난 1월 중금리 대출인 ‘NH EQ론’을 출시해 한달 만에 24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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