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일단 내려놓고 보니 재미있는 일이 더 많더라고요"

남지원 기자 2016. 3. 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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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소년 스마트폰 중독과 극복·예방 프로그램들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청소년이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19세 청소년 중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29.2%로 만 20세 이상 성인(11.3%)보다 중독 위험군 비율이 3배 가까이 높았다. 청소년 중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비율은 2011년 첫 조사에서 11.4%를 기록한 뒤 2012년 18.4%, 2013년 25.5% 등으로 매년 급증 추세다. 실제 상담사례들을 모아 가상으로 구성한 여중생 ㄱ양(14)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와 청소년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정리했다.

오전 6시30분, 늘 그렇듯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이 깼어. 눈을 뜨자마자 카카오톡(카톡)을 먼저 확인해. 밤사이 쌓여 있는 카톡 메시지는 보통 50개 정도 돼. 단체 채팅방만 7개거든. 반톡방도 있고, 학교 친구들, 학원 친구들끼리 얘기하는 방도 있어. 카톡에 답장하고 페이스북에 밤사이 남긴 글들을 훑어보고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를 모두 살펴보고 나니 벌써 20분이 지났어. 엄마가 빨리 씻으라고 외치는 소리에 겨우 욕실로 들어가.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게임을 몇 판 하고, 교실에 도착하면 친구랑 어젯밤 카톡으로 나누던 얘기를 계속하지. 저녁을 먹으면서도 종일 못 본 페이스북을 확인해야 해서 먹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많아. 학원 갔다가 저녁 8시쯤 집에 돌아와서도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아. 얼마 전까지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이었어.

나는 내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쓴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가끔 집에 스마트폰을 놓고 나온 날은 하루 종일 불안하고, 수업 중에도 페이스북에 뭐가 올라와 있을지 궁금하긴 한데 나보다 더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친구들도 많거든. 그런데 엄마는 내가 매일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며 늘 혼내셔서 자주 싸웠어. 엄마가 중독자 취급을 하는 건 억울했지만 스마트폰을 사기 전보다 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 잔소리를 하실 땐 뜨끔하기도 했지.

그런데 작년에 학교에서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이라는 테스트를 하고서 놀랐어. 내가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 사용자군’이라는 거야. 충격이었지.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는 건데, 나처럼 스마트폰 사용이 과다한 청소년들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상담받을 수 있도록 센터에 연계해주거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줘.

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로 했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전국에 211군데나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면 돼.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관련 상담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이 모든 센터에 다 있대.

처음엔 사실 상담받으러 가기 싫었어. 울면서 안 간다고 떼도 써 봤는데 결국 엄마한테 졌어. 그런데 첫 상담에서 만난 선생님이 “친구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 텐데 상담에 온 것만 해도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며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오게 돼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 참 대단하다”고 해서 약간 으쓱했어.

나는 제일 먼저 공존질환검사라는 걸 받았어.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게 다른 질환이나 해결이 안되는 고민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내가 아는 고등학생 언니 얘기 하나 해줄까? 그 언니는 친구관계에 너무 민감했어. 메신저 답장을 바로바로 해주지 않으면 친구들한테 미움받을까봐 스마트폰을 손에서 못 놓았대. 결국 스마트폰 중독 상담하러 온 센터에서 친구관계에 대해 상담했다고 하더라고. 나도 상담이 거듭될수록 평소 고민을 더 많이 털어놓게 됐어.

인터넷이랑 스마트폰이 아예 차단된 환경에서 지내보고 싶으면 캠프에 가보는 건 어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인터넷 치유캠프’를 운영해. 여름방학 때 2주간 합숙하면서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해보는 거야. 학기 중에 갈 수 있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이라는 곳도 있어. 전라북도 무주에 있는 시설에서 1~4주짜리 합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출석 인정도 되고 생활기록부에 남지도 않는대. 친한 친구 한 명이 지난 봄방학 때 다녀왔어.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내면서 이것저것 배우고 놀러도 갔대. 네일아트랑 기타, 요리를 배웠고 농구경기도 보러 가고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도 했다고 하더라고. “스마트폰 없이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지 새삼 느꼈다”고 친구가 그랬어.

나도 그랬어일단 한번 놓아보니까 스마트폰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엄마가 잔소리를 안 하는 게 제일 좋아스마트폰이 무조건 나쁜 것 같진 않아준비물이나 숙제도 카톡으로 알려주니, 적당히만 쓴다면 좋은 게 아닐까? 새 학기엔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대신 친구들과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놀러도 다닐 거야책도 좀 더 읽고, 공부에도 집중해보려고이렇게 새 학기를 보내면 내가 많이 자라 있겠지?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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