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살아돌아온 '윤동주'.."일시적 유행 아냐"
[편집자 주] [출판풍향계]는 지난 1~2주 사이 있었던 출판계 화제와 그 의미를 점검합니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올해들어 가장 두드러진 문화현상으로 떠오른 시인 '윤동주'(1917~1945). 책과 영화, 창작 가무극 등으로 변주되는 윤동주라는 인물과 그의 시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는 윤동주 70주기였고 내년은 탄생 100년이다. 최근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옛모습 그대로 출간돼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저예산 영화인 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위인'이 아닌 '인간' 윤동주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달 개봉 이후 약 20일이 지난 현재 관객 90만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윤동주를 잘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마케팅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현상은 아닐까. 이에 대해 출판계와 문학계는 윤동주에 대한 '소비'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필연이며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보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윤동주 시인을 소비해온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민족시인' '저항시인' 윤동주였다. 하지만 그간 비평계 일각에서 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일제하 지식인들이 모두 친일을 한 것은 아니며 이런 저항의 시인도 있었다'는 식의 문학적 알리바이로서 쓰인 면을 비판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저항시인' '민족지사' 관점에서 벗어나 영화 '동주'를 비롯해 많은 문화적 접근이 부끄러움과 반성에서 참된 저항으로 나아가는 윤동주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윤동주 시인의 시는 딱 20대가 갖고 있는 정서를 건드린다"며 "'이즘'(ism) 즉 무거운 사상에서 자유로우면서 영원한 시심을 노래하는 점이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이 있어 그는 계속 귀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흐의 경우처럼 '어떻게 살았느냐'도 어떤 예술인의 선호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데 윤동주의 극적인 생애 역시 젊은이들을 끌어당긴다"고도 했다.
2013년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한 이정록 시인은 "젊은이들은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수도 없이 느끼는데 이를 대신 노래해줄 이가 그동안 한국시사에 없었다"며 '윤동주 열풍'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민족민중시, 1990년대 포스트모던한 시, 미래파 시, 교과서에 실린 시 등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부끄러움과 저항의 정서를 잘 전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부담없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윤동주에게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시인 역시 "윤동주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젊은층에게 귀환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반면 "20대들이 자기 내면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식민지시대까지 올라가야 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문학출판계에서는 그간 윤동주 시인에 대해서는 상품으로 파는데 집중했지 그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거나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지는 못해왔다. 출판이 학계에서나 다른 문화계에서 이룬 진전을 독자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왔느냐 하는 데는 회의적"이라고 출판의 역할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박제해서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면만 보려고 했던 윤동주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해 생명력 있는 문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라면서 "지금의 대중적 관심은 다른 차원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동주의 시 세계에 대해서도 명성에 걸맞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유성호 교수는 "윤동주의 시 세계는 사망하기 2~3년전 24세 5개월 무렵에 완성됐다. 22세부터 24세까지 그의 생애의 약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데서 보듯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인해 짓눌린 인생들에 대한 연민과 행동하는 지식인에 대한 열망과 열등의식 등을 다 융합시켜 탁월한 시세계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개인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삶은 개개인의 삶이 사회와 무관하지 않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젊은이들은 '당위'가 아닌 자신과의 '삶의 연관성'이 있어야 사회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윤동주의 삶은 식민지 치하에서 개개인이 순수한 삶을 살고자 해도 국가나 사회가 그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젊은이들이 윤동주 시인의 전체 삶을 보면서 그 시대적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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