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고무줄' 건축비, 못 믿을 분양가
[뉴스데스크]
◀ 앵커 ▶
아파트의 분양가격, 어떻게 결정될까요?
건설사가 땅값과 공사비, 그리고 부대비용을 미리 계산해서 분양가격을 매기는데요.
문제는 이 비용이 제대로 책정된 건지, 또 계획대로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한 아파트 주민들이 소송 끝에 건축비 지출 내역을 받아냈는데, 수십억 원이 덜 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연 이 돈은 어디로 간 걸까요?
전준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9년 LH가 분양한 아파트.
입주 초기부터 하자 분쟁이 일었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는 누수가 이어지고, 차도용 블록도 깨져나가기 일쑤.
조경 역시 규모와 분양가가 비슷한 인근 단지와 비교하면 확연히 부실했습니다.
의문은 3년 소송 끝에 LH로부터 원가 자료를 받고 나서야 풀렸습니다.
분양안내책자에는 조경비가 57억 원으로 돼 있지만, 실제 지출은 36억 원.
이마저도 재하청을 줘 10억 원이 더 깎였습니다.
[조병모/입주자 대표]
"(조경공사비) 57억 원이면 큰 액수고 그거로 한다고 하면 잘 하겠다, 기대했지만…. 57억에서 30억이 삭감된 공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전기, 정보통신 공사에선 30억 원을 덜 썼고, 설계비는 절반만 지출했으며 책정해둔 감리비는 자체 감리를 통해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LH 관계자]
"저희가 인력이 부족할 때는 외부에서 (감리를) 시행하기도 하고요. 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이번에는 안 한 거네요?)
"네."
결과적으로 총 분양원가에서 57억 원 줄었고, 이는 고스란히 LH 이익으로 돌아갔습니다.
◀ 기자 ▶
LH가 분양 당시 61개 항목에 걸쳐 공개한 이 아파트의 총 분양원가는 1,830억 원입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건설사 이윤이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이윤을 내려면 건축 과정에서 비용을 줄여야 하는 구조인 겁니다.
LH는 업계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지출했다며 영수증까지 첨부한 건축비는 과연 제대로 쓰였을까요?
◀ 리포트 ▶
LH가 공개한 건축비 상세 내역서입니다.
2년 동안 렌터카 비용으로 2천 5백만 원을 지출했는데, 주유 횟수는 8번뿐입니다.
문구류만 40여 차례, 1천만 원 넘게 샀는데 사무실 임대료는 겨우 두 달치만 냈습니다.
이 밖에도 간식비와 신문구독료, 책값 등까지 모두 합쳐도, 건축비 800여 억 원에는 수십억 원이 모자랍니다.
LH는 증빙 서류 누락이나 오류는 인정하지만, 전체 분양가에서 57억 원을 뺀 나머지는 모두 건축비 등으로 썼다는 입장입니다.
[강보람/LH 차장]
"법원 판결에 공개하도록 지정되지 않은 택지비, 기간이자 등을 포함하면 총 (사용)금액과 일치합니다."
이렇게 대법원 판결까지 났는데도 분양원가의 실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습니다.
LH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윤이 얼마고, 비용은 계획대로 지출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공사들은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입니다.
[최승섭/경실련 부장]
"대법원까지 가지 않는 이상 민간 건설사와 LH가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자료를 얻기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건설사들도 이윤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저기서 비용을 아껴야 그만큼 이윤이 나는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부실공사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준홍입니다.
(전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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