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트럼프 정부? 상상불가.. 거센 역풍"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글로벌워치]슈퍼화요일 압승 후 월가 불안감 Up… 커지는 불확실성에 비판 갈수록 거세져]
월가에 ‘트럼프’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이변이 없는 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의 부상이 금융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의 ‘해리포터’나 실현 가능한 예산안이나 상식에서 벗어난 공약에 대한 조직적인 비판도 내놓고 있다.
일부 월가 인사들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플로리다 프라이머리를 시작으로 ‘반 트럼프’ 정치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현재 반 트럼프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 '우리의 원칙'(OP. Our Principles)에는 월가 거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헤지펀드계의 대부 폴 싱어, 맥 휘트먼 휴렛 패커드(HP) 최고경영자 등도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대규모 재정적자+무역·환율 전쟁 예고 미국 저명 칼럼리스트인 브렛 아렌즈는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과 공약 가운데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무역 전쟁’과 ‘재정 적자’를 꼽았다.
아렌즈는 “그가 무역흑자 국가에 대해 보복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대상 국가로 중국과 일본, 멕시코, 한국을 꼽고 있고 그의 머릿속에는 몇몇 국가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트럼프 후보는 또다시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엔화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점을 공격했다. 그는 자유무역의 이점을 불공정하게 누리고 있는 국가들에게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징벌적 관세 수준에 대해서는 35~45% 수준을 얘기해왔다.
아렌즈는 최근 트럼프 후보가 공개한 예산안에 대해서도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가 없다면 실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세금정책센터는 트럼프 후보의 감세 정책으로 연간 1조달러(약 1216조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다시 우리를 어지럽히지 못할 정도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겠다는 부분은 빠져 있다. 재정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가 2020년에는 24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국가부채 규모를 27조달러까지 확대하고 여기에 늘어나는 국방비만큼 국가부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렌즈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들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 및 환율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며 “주식과 채권에는 악재가 될 것이고 반면 금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 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 역시 3일 아부다비 글로벌 파이낸셜 마켓 포럼에서 금융시장 불안과 트럼프 후보의 반시장 정책 등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선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비용과 변동성이 증시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에서 벗어나고 반체제적인 후보의 부상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미국 증시는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정치권에서 기인하는 불확실성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가 대통령? 그럼 이런 주식 사야 마켓워치의 칼럼리스트 팀 멀래니는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을 분석,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과 팔아야 할 종목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고 매수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트럼프 후보의 터무니없는 공약을 비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
트럼프 후보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해 왔다. 멕시코 이주민들을 마약 범죄자와 강간범으로 비하하며 이 장벽을 ‘트럼프 장벽’이라는 이름까지 붙인 상태다.
문제는 거대 장벽을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당연히 멕시코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은 "난 그 빌어먹을 장벽을 짓기 위해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돈으로 하라고 비판했다.
멀래니 칼럼리스트는 이에 따라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장벽 건설은 세계적인 멕시코 건설 및 자재공급업체인 시멕스(Cemex)가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벽 건설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 멕시코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길 것이란 이유에서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매수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하면 엄청난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버크셔는 미국 최대 민간철도회사인 벌링턴노던산타페(BNSF)를 소유하고 있다.
프록터앤갬블(P&G)과 정원관리 장비업체인 토로의 수혜를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물을 흘리며 귀국길에 오르는 이민자들은 휴지가 필요할 것이고 멕시코 이민자들이 없어지면 잔디를 직접 깎는 미국인이 늘어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에어캐나다를 매수하는 대신 에미리트 그룹은 매도를 추천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캐나다로 이민 가겠다는 일부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티켓 값을 주겠다는 트럼프의 일차원적인 반응과 모든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꼬집은 셈이다.
미국보다 추운 캐나다 이주민이 늘어나게 되면 방한복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라며 의류업체 랜즈앤드도 매수를 추천했다.
아울러 총기회사인 스미스앤드웨슨과 정유업체도 수혜를 예상했다. 트럼프 후보는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고 있고 이슬람국가(IS)에 폭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IS에 대한 폭격은 유가 급등을 초래할 수도 있고 체서피크에너지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손실을 보고 있는 친구 칼 아이칸을 구해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체서피크의 주가는 2일 23% 급등했고 3일에도 25.6% 폭등했다.
이밖에도 부동산 업체인 리얼로지와 경매회사 소더비도 수혜를 예상했다. 과거 감세가 이뤄질 때마다 고급 주택과 미술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뉴욕=서명훈 특파원 mhsu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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