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영등신' 전설 따라 제주 산수절경 봄나들이

입력 2016. 3.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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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 기슭 칠머리당서 세계무형유산 영등굿 즐기고 '바람의 신' 지나는 한림∼우도에선 바람길 함께 걷자
(제주=연합뉴스) 지난 2013년 3월 25일 제주칠머리당에서 열리고 있는 영등굿의 영등송별대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에서 별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있는 마을 본향당인 제주칠머리당의 모습. 2016.3.5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칠머리당을 지나 제주올레 18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제주4.3유적지인 곤을동터가 보인다. 2016.3.5
(제주=연합뉴스) 오는 8일부터 23일까지 보름간 영등신이 지나는 제주 산수절경을 따라 열리는 '영등 퍼레이드 영등할망 보름질 걷기' 행사 포스터. 2016.3.3

사라봉 기슭 칠머리당서 세계무형유산 영등굿 즐기고

'바람의 신' 지나는 한림∼우도에선 바람길 함께 걷자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5일은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날이 풀린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는, 절기상 경칩이지만 제주에는 벌써 봄빛이 완연하다.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었고 세상에 나온 매화와 목련꽃 등 봄꽃들은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봄이 깃든 제주의 산수절경을 구경하려고 바람의 신(神)인 '영등신'도 멀리 중국 '강남천자국'에서 찾아온다.

영등신은 탐라의 민간신앙에서 겨울의 끝 자락에 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북서 계절풍이다.

음력 2월에 접어들 무렵 불어닥치는 북서 계절풍은 겨울 추위를 녹였던 남녘 해상의 따뜻한 고기압이 잠시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제주에서 마지막 기세를 떨친다. 강한 바람도 방향성을 잃은 채 이리저리 휘몰아친다.

영등신은 봄이 온 줄 알았던 사람들을 더욱 시리게 하지만, 새 계절이 왔음을 말해주고 한 해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으로 추앙받는다.

영등신도 봄나들이 온다는 전설을 따라 제주의 봄을 느끼러 떠나보자.

◇ 영등신 모신 칠머리당…올레길 이어져

매해 음력 2월 1일(올해는 양력 3월 9일) 제주도 북서쪽 한림읍 해안의 '복덕개'로 바다 건너 들어 온 영등신은 먼저 한라산에 올라 꽃구경을 한다.

음력 2월 15일(양력 3월 23일) 제주를 떠나기 전까지 봄 정취를 즐기며 들녘 농경지(세경너븐드르)에는 오곡의 씨앗을, 해변에는 해초와 해산물 종자를 풍성하게 흩뿌려놓는다.

제주시 옛 시가지 동쪽 끝에 솟아 있는 사라봉(해발 184m)과 별도봉(〃 136m) 사이에 자리한 칠머리당에서는 영등신이 찾는 음력 2월 초하룻날에 환영제가, 영등신이 떠나기 전날인 음력 2월 14일에는 송별제가 열린다.

영등 환영제는 신을 부르고, 풍어를 기원하며, 조상신을 위안하는 의식 등으로 진행된다.

영등 송별제에서는 술과 곡식 등을 바치고 마을 노인들은 짚으로 만든 배를 바다에 띄운다. 청해 들인 신들을 돌려보내는 이 의식을 '배방선'이라고 한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1980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으며, 2009년 9월에는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영등굿이 펼쳐지는 칠머리당은 영등신에게는 꽃구경을 하다 잠시 들러 쉬거나 산해진미를 맛보는 자리이며, 관광객에게는 1만8천 신이 있다는 '신들의 고향' 제주의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제주칠머리당은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이다. 본향당이란 마을 전체를 수호하는 당신을 모신 곳을 말한다.

건입동 본향당은 애초 이 마을 동쪽 언덕인 '먹돌개위'라는 곳에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제주항을 확장하면서 당 주변이 부서져 제주항과 사라봉 중간의 바닷가 언덕 위로 옮겼다.

이곳을 마을 주민이 '칠머리'라고 불러서 칠머리당이 됐다.

칠머리당은 200㎡ 넓이의 정방향 울타리를 돌담으로 쌓았다. 북쪽 담벽엔 신위의 위패가 새겨진 비석들이 있다.

신들의 위패를 동쪽으로부터 보면 남당할망(할머니)·남당하르방(할아버지)·요앙(용왕)부인·도원수감찰지방관·해신선왕·영등대왕(영등신) 순이다.

영등굿의 본풀이에서는 영등대왕은 어부뿐만이 아니라 해상안전과 생업의 풍요를 주는 신이다.

한 공간에 여러 신이 함께 모셔졌으나 어촌마을인 건입동에서 으뜸은 바로 영등대왕이다.

칠머리당이 있는 사라봉과 별도봉 어귀는 도심지에 있어 많은 제주시민이 산책하는 곳이다.

뛰어난 해안 경관으로 제주올레 18코스가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레 18코스는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에서 조천 만세동산까지 총길이 19.3㎞다.

칠머리당은 18코스의 시작점에서 동쪽으로 3㎞ 부근에 있다. 올레길을 따라 같은 방향으로 더 걸으면 별도봉 해안 절경과 함께 웅장한 제주항 외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949년 1월 마을이 불타 없어져 슬픈 역사를 간직한 4·3유적지인 '곤을동' 마을터도 볼 수 있다.

◇ 바람의 신 '영등신' 맞이 축제

제주 선인들은 바람의 신인 영등신이 머무는 동안 온 섬에 생명과 풍요가 깃든다고 믿어 왔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영등신이 주는 이 같은 의미를 되새기고 공유하려고 8일부터 23일까지 보름간 '영등 퍼레이드 영등할망 보름질(바람길·표기상 '보'의 아래아를 제주어 발음에 가까운 'ㅗ'로 표기) 걷기' 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연다.

영등신이 들어오는 길목인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에서 시작되는 이번 행사는 한경면 판포리(10일), 조천읍 신흥리(11일), 칠머리당(12∼14일), 구좌읍 종달리(17일), 송당리(1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16일), 남원읍 하례리(18일), 한남리(20일), 우도(22∼23일) 등 도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마을마다 오후 6시부터 2∼3시간가량 주민과 연출자가 각자 준비한 소품과 노래, 춤으로 마을의 특성을 반영한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12∼14일 제주시 건입동 칠머리당에서는 '부활의 영등 퍼레이드', 15일에는 4·3평화공원에서 4·3사건 희생자 영령을 위로하고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만들자는 취지의 퍼레이드, 21일에는 제주시 원도심 지역인 관덕정∼동문사거리 일대에서 성안 퍼레이드가 각각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 제주도와 함께 진행해온 생생문화재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영등퍼레이드에 대한 정보와 준비과정 등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jejuchilmeorida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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