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대기업vs 중소기업 골목전쟁 2라운드?

2016. 3.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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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6% 그리고 231%.

작년 한식당 카드 결제액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6%는 늘어난 전체 결제액 규모인데, 저쪽은 뭘까요?

무려 231%, 세 배 이상 급증한 곳, 바로 대기업 한식뷔페입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 매출 성장세가 놀라운 수준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음식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죠.

대기업들이 이미 3년 전부터 사업 확장을 자제하기로 약속했는데요.

이런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먼저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식당 사업 확장을 자제한다는 대기업들의 약속엔 단서가 붙었습니다.

지하철역 바로 앞, 대규모 다중이용시설.

그리고 같은 대기업 계열사 건물.

이곳엔 한식뷔페 점포를 열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받은 겁니다.

대기업들은 확장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예외 지역에 매장을 계속 늘려왔습니다.

[인근 식당]
"주말에는 아예 손님이 없어요, 젊은 애들이니까 다 그쪽으로 가는 거죠. 그전엔 분식점, 이런 데 가서 먹는데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잖아요."

문구점 업종은 3년의 대화 끝에 겨우 이번 새 학기부터 적합업종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동네 문방구 주인들의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이종문/문구점 운영]
"별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문구류가) 가격이 높은 것도 아니고…."

대형마트들은 새 학기 할인행사를 자제하고, 8월부터는 연습장, 연필 등 18개 품목은 낱개로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초 문방구들은 학용품의 판매 자체를 막아달라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못한 겁니다.

2007년 이후 매년 1천 곳씩 사라져 온 동네 문방구는 이제 1만 곳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세인/문구점 운영]
"장사가 잘되면 없어질 리 없겠죠. 반 이상 다 없어졌을 거에요. 많이 없어진 다음에 제도화(적합업종 지정)됐기 때문에…."

◀ 앵커 ▶

대기업들이 중소상인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하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동네 백반 집, 분식집에 중국집까지 음식점 7개 업종과 카센터 등이 이 제도로 보호를 받아왔는데 두 달 뒤면 지정기간이 끝납니다.

동네상권까지 들어가려는 대기업과 막으려는 중소상인들의 골목전쟁 2라운드가 예상됩니다.

◀ 앵커 ▶

뒤숭숭한 골목가게, 또 있습니다.

바로 어머님들 사랑방인 동네 미용실인데요.

무슨 얘기인지, 조재영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24년째 가위질을 해 온 베테랑 미용사.

지금 자리에 가게를 연지도 7년이 됐습니다.

딱히 머리를 하지 않아도, 동네 단골들이 들러 수다를 떠는 사랑방입니다.

[안미경/미용실 운영]
"그냥 '언니' 이렇게, '동생' 이런 식으로 불러요. 차 마시러도 오고…."

정부가 화장품 특구를 만들어 대기업 미용실을 허용하겠다는 충북 오송 지역이 바로 근처.

원장 혼자 운영하는 작은 미용실이다 보니, 경쟁이 될지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안미경/미용실 운영]
"오송이 가깝다 보니까 더 긴장도 많이 되고…. 생계인데 대기업이 여기까지 침범한다는 건…."

정부는 화장품 산업을 육성할 오송 지역에서 미용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입장.

따라서 다른 지역에선 대기업 미용실이 들어설 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용업계는 그마저도 절대 반대 입장입니다.

[서영민/대한미용사회 중앙회 홍보국장]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하는 건데, 다른 지역에도 유커들이 오는데, 전국적으로 확산은 저희가 불 보듯 뻔하거든요."

◀ 앵커 ▶

미용실의 95%는 1인 미용실입니다.

그야말로 영세한 골목가게이다 보니 아모레 미용실이나 LG 미용실 같은 게 생기기 시작하면 업계 전체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클 만도 하죠.

◀ 앵커 ▶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답답합니다.

골목상권 지켜준다며 한 달에 두 번 문 닫아야 하는 대형마트.

이런 영업규제로 10%, 연간 5조 원 가까이 매출 손실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불경기에 새 영역 찾아 사업을 확대하다 보면, 또다시 갈등이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김진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평일 낮인데도, 절반값에 옷을 사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반면, 바깥 상가는 두 집 걸러 한 집이 문을 닫았고 곳곳에 임대 안내가 붙었습니다.

재작년 현대가, 올해는 롯데까지.

유통 공룡들이 아웃렛을 열며 더 싼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기존 가게들이 밀려난 겁니다.

[이준협/롯데 아웃렛 팀장]
"유사한 아울렛 대비해서 최소 20에서 30% 정도 더 할인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2000년대 초반 영세 상인들이 모여 조성한 할인매장 거리.

20개가 넘던 가게는 이제 단 두 곳만 남았습니다.

할인매장 거리로 유명해지자 대기업들이 숟가락을 얹고 나서면서, 정작 거리를 조성한 상인들이 밀려난 겁니다.

[김 모 씨/아웃렛 상인]
"의류업만 한 25년 했어요. 진짜 대기업이 우리의 삶을 망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웃렛에 함께 들어온 대기업 식당.

아웃렛을 찾은 손님이 자연스레 식사도 안에서 해결하면서 인근 식당가 매출도 반 토막 났습니다.

[박선영/지하상가 상인]
"경험을 전혀 안 했던 상황에서 저렇게 대기업이 치고 들어오면 저희 같은 작은 자영업자는 속수무책이 되더라고요."

◀ 앵커 ▶

"우리 딸 이름이에요."
"큰딸 이름입니다."
"예, 둘째."

"가게도 나 키우는 것처럼 잘 키우지 않겠느냐…."
"딸 이름으로 하니까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올해 처음 소상공인의 날이 생겼죠.

지자체가 나서서 이렇게 응원 영상도 만들었습니다.

아들 딸 이름을 딴 가게들과 친숙한 간판들, 사라지면 다시 생기기 어려운 이웃들, 저희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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