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찍으세요"..특정인에 투표 유도 우려 있는데..
“엄마(시설 직원을 말함)가 누구 찍어라, 누구 찍자고 했으면 손 한 번 들어보세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이 끝난 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와 장애인단체 관계자가 서울시내 한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해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상대로 이같이 묻자,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조사 결과 해당 시설은 거소투표(투표소가 아닌 상주공간에 기표소를 설치해 투표하는 방식) 대상자 24명 중 17명에게 선거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았다. 나머지 인원의 투표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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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투표 편의 제공해야” ‘2016 총선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투표소 접근성 확보와 수화영상 및 자막 제공 등 장애인의 참정권 확보를 위해 4·13총선 투표 때 편의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선거가 끝난 뒤라 직접증거가 없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진술만 있어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런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시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평등한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은 여전히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시설 장애인은 거소투표를 보장받지만 선관위가 기표소만 설치해줄 뿐 관리·감독에 대한 의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은 2014년 현재 1457곳이며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3만1406명으로 집계됐다.
시설 장애인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기간 동안 지역 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이 시설에 설치한 기표소, 투표함 등을 이용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10인 이상 장애인을 수용한 장애인거주시설의 장은 일시, 장소를 정해 해당 신고인의 거소투표를 위한 기표소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선거지원단에는 기표소를 설치할 의무만 부과돼 있다. 따라서 거소투표가 진행되는 공간에는 장애인과 시설 직원만이 있어 신체·의사표현 활동에 제약을 받는 장애인이 비밀투표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 시설 직원이 장애인 투표를 도와주면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장애인이 의사를 온전히 표현하려면 잘 갖춰진 환경이 필요하지만, 선관위가 손을 놓고 있어 참정권을 침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문제가 발생해도 워낙 폐쇄적인 곳이어서 조사해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선관위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만 인력 탓만 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지역 선관위의 공정선거지원단이 20명 정도뿐인 데다 기표소 설치 말고도 주된 업무가 있어 참관을 독려하고는 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다”며 “각 정당에 거소투표 일정을 알려 참관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 정당은 투표 인원이 얼마 안 되는 장애인거주시설까지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공직선거법에서 거소투표를 의무화한 만큼 관리·감독 규정도 마련해 100% 투표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서울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선관위에 요청해 관내 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교통 편의 제공을 요청하고 거절 시 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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