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보내' 시몬과 함께 성장한 OK저축은행의 '눈물의 송별회'

che 2016. 3. 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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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못 보내. 널 어떻게 보내’

가수 2AM의 ‘죽어도 못 보내’라는 가사가 가슴 속을 진하게 울려대는 시몬의 ‘송별회’였다. OK저축은행이 시몬과 함께 하는 올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 준비를 끝마쳤다.

OK저축은행은 3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우리카드와의 홈 경기에서 3-1(25-15 19-25 25-14 25-22)로 눌렀다. OK저축은행은 승점 71(23승 13패)으로 정규시즌을 마치며 2위를 확정했다.

전날 삼성화재의 패배로 이미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OK저축은행은 시몬과 함께 하는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에 송명근, 송희채 등 주전을 대거 기용해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했다. 시몬은 서브에이스 7개, 블로킹 2개 등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공격 성공률 53.12%)로 맹활약했고, 토종 주포 송명근도 73.07%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24점(블로킹 3개, 서브득점 2개)을 올리며 플레이오프를 향한 예열을 마쳤다. 최근 부상과 함께 컨디션 저하 기미를 보였던 살림꾼 송희채도 57.14%(20/35)의 리시브 정확도를 비롯해 블로킹 3개와 서브득점 2개 포함 8점을 올리며 두 에이스를 든든히 받쳤다.

2013~14시즌 처음 V-리그에 등장한 OK저축은행. 프로 첫 시즌엔 개막 8연패를 당하는 등 6위에 그쳤다. 그랬던 OK저축은행을 단숨에 바꿔놓은 것은 바로 ‘시몬스터’라는 별명을 얻은 로버트랜디 시몬이었다.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 출신인 시몬은 V-리그에서 전위에선 센터, 후위에선 라이트 등 코트를 종횡무진했다.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도 갖춰 OK저축은행의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고, 기본기 하나하나 지적하는 ‘맏형’ 역할을 해냈다. 이민규-송희채-송명근의 ‘경기대 3인방’을 비롯한 OK저축은행의 어린 선수들은 시몬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창단 2년차 만에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도 해내지 못했던 ‘삼성화재 천하’를 막 내리는 챔프전 3전 전승 우승을 일궈냈다.

‘시몬 2년차’를 맞은 올 시즌엔 비록 현대캐피탈의 후반기 대질주를 막아내지 못해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엔 실패했지만, 2위에 오르며 ‘신흥 강호’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시즌에도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 우승을 따냈던 OK저축은행으로선 지난 시즌의 ‘재현’을 꿈꾼다. 
사진제공=OK저축은행

올 시즌부터 여자부가 트라이아웃을 시행한 데 이어 남자부도 내년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를 트라이아웃으로 바꾼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만큼 트라이아웃 제도 하의 몸값(인센티브 제외 30만달러)에선 시몬이 참여하긴 사실상 힘들다. 김세진 감독도 "아쉬워 죽겠다"며 "시몬은 OK저축은행의 이미지를 바꾼 선수다.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새 제도에 맞춰가야 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OK저축은행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팀에는 물론 V-리그 전체의 발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 시몬을 위해 송별회를 준비했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를 위해 구단이 송별 행사를 준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송별회에서 OK저축은행은 시몬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동료들의 인터뷰 상영, 단체 기념 촬영 등을 선보였다. 시몬은 동료들의 이별의 말이 담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쳐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날 송별회를 치르긴 했지만, 시몬을 지켜볼 수 있는 경기가 최소 2경기는 더 남아있다. 시몬과 OK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에 선착해 있는 상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다면 5경기는 더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V-리그 최강자로 군림하던 레오(前 삼성화재)에게 정규리그에선 패했으나 챔프전에서 웃었던 시몬. 올 시즌엔 어떨까. 시몬이 보여줄 ‘두 번째 봄배구’가 기대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제공=발리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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