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해빙기 급경사지 '아슬아슬'..현장 보니

고석승 2016. 3. 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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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핏 봐도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옹벽이나 구조물, 하지만 표지판 하나로 위험을 알린 채 보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 땅이 녹는 요즘 같은 시기에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3일) 밀착카메라는 붕괴 위험 지역을 직접 돌아봤습니다.

고석승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벽돌과 흙더미가 건물 벽을 뚫고 공장 안까지 들어차 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매몰된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연신 흙더미를 치워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의 한 공장에서 옹벽이 무너져 건물 안에 있던 공사 인부 3명이 숨졌습니다.

해빙기에 언 땅이 녹으며 발생한 사고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2월 광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옹벽 붕괴 사고 이후 정부에선 해빙기 안전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마을, 작은 마을과 인근 아파트 단지가 야트막한 야산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을 주택 상당수가 급경사지와 바로 맞닿아 있습니다.

가파른 경사면에는 썩은 나뭇가지와 흙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습니다.

실제로 붕괴 위험 가능성이 커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안전장치는 붕괴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하나가 전부입니다.

[홍성욱 교수/한림성심대 토목과 : 배수구가 막혀 있잖아요. 그러면 물이 정해진 양만큼 나오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주기적인 배수구 청소를 반드시 해주는 게 원칙입니다.]

아파트 단지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급경사지 코 앞에 아파트 단지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나뭇가지와 각종 잡초가 그대로 쌓이면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지만 안전장치라고는 이 옹벽과 울타리 정도가 전부입니다.

인근 마을의 또 다른 옹벽입니다.

한 눈에 봐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앞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곳 역시 붕괴 위험 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옹벽 앞으로 지나다니지 말라는 경고문만 덩그러니 붙어있습니다.

[윤석원/강원 춘천시 소양동 :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길을 다 이용해요. 어느 날 갑자기 재수 없는 사람이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거죠.]

서울 도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얼마 전 지역 구청으로부터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된 한 옹벽입니다.

녹슨 철판과 나무판자로 겨우 지탱이 되고 있는데요.

옹벽 곳곳에 이렇게 손가락 한 마디가 다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습니다.

옹벽 위에 땅을 소유한 인근 교회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인근 교회 신도 : 이 땅을 팔려고 내놨어요. (토지 일부 소유자가) 우리랑 가격을 맞춰서 팔면 되는데 그걸 하지를 않으니까 이러고 있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서울 창신동의 한 주택가, 채석장이 위치했던 곳에 만들어진 마을인 탓에 동네 여기저기 가파른 절개지나 축대가 눈에 띕니다.

축대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곳곳에 돌을 끼워놨는데요. 큰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돌이 쉽게 빠져버리는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주기적인 안전 점검과 적절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홍성욱 교수/한림성심대 토목과 : 인력이 빤한데 많은 시설물을 언제 다 점검하겠어요. 법적으로 강제하면 위법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산을 투입해서) 볼 거 아니에요.]

직접 찾아가 본 위험지역 상당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안전시설 설치나 보수공사 등을 미루고 있었는데요.

사고는 예고를 하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해빙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고가 나야 그제서야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 이제는 그만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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