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전 '흙수저'의 탄식

2016. 3. 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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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잠깐독서

한국근대사 1·2
연갑수 외 지음
푸른역사·각 권 1만5000원

“아! 자본 없는 사람은 지랄도 못할 노릇이더라.” “원수의 금전. 오늘 같은 심사로 여러 날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일이 나고야 말 것이다.” 어느 ‘흙수저’의 원망일까. 전남 화순의 오연복이라는 농민의 1930년 일기다. 광주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아무런 재산이 없어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젊은이였다. 당시 대부분 농민은 일본인·한국인 지주의 땅에서 소작농으로 일했다. 농사만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다른 잡일을 해야 했고, 그래도 안 되면 고리대금업자에게 연 30~40%의 빚을 내야 했다. 역사는 항상 사람 사는 모습이 많이 변했음을, 그래도 어느 부분은 끈질기게 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반 임금이 싸고 승급이 늦다. 상해 또는 재해에 대한 보상방법이 충분하지 못하다. 유년공·여공의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 공휴일 근무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작업 시간에 비해 휴게 시간이 적다. …” 1930년대 중반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이 경성의 공장을 돌아보고 난 뒤 한 말이란다. 일본인 고위 관료 입장에서 봐도 노동 조건이 너무 열악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 서술이 2016년 한국 상황이라고 말해줬대도 그러려니 했을지 모른다.

<한국근대사> 1·2권은 진보적 성향의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내는 시대사총서의 두번째 편이다. 총서는 지난해 <조선시대사> 1·2권을 시작으로 모두 10권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정치, 경제, 신분제도 등 16개 소주제로 나눠 서술한 <조선시대사>와 달리, 이번 책은 1863년 흥선대원군의 집권부터 1945년 해방까지의 시기를 일곱 부분으로 나눠 서로 다른 학자가 집필하는 통사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근대사를 둘러싼 몇몇 논쟁 지점과 관련해 저자들은 자신들이 근대의 시작점은 고종 대신 섭정했던 흥선대원군 집권기로 보고 있음을,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사이에서는 전자의 관점에 서 있음을 밝힌다. 개설서보다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역사지식을 원하는 독자를 겨냥한 책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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