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집트 예치 한도로 수출대금 제때 받지 못해"(종합2보)
외국인 근로자 제한 제도 폐지 등 알시시 대통령에 요청
알시시 "문제점 진지하게 검토…신속한 해결책 마련 노력"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 재계가 이집트 시장 진출를 가로막는 제도적 애로 요인을 해결해 달라고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집트는 2014년 알시시 집권 이후 성장세를 거듭하며 거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예치 한도 규제와 외국인 근로자 제한 제도 등에 부딪혀 현지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알시시 대통령 초청 경제5단체 만찬에서 '한·이집트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제언문'을 알시시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양국 경제계 간 협력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허 회장이 알시시 대통령에 전달한 제언문은 ▲ 달러 현금 예치 한도 페지 ▲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고 있는 관세 및 판매세 인하 필요 ▲ WTO 관세평가협정에 따른 관세가액 평가 ▲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규제 개선 ▲ 필요 외국인 근로자 제한 제도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95년 국교 수립 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집트에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제도적 애로요인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알시시 대통령은 "최근 이집트에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검토해 신속하고 지속가능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해 궁극적으로 이집트에서 수행되는 매각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국은 이집트와 함께 할 주요 국가"라며 "저의 이번 한국 방문이 이집트와 한국 간 개발협력을 위한 새 파트너십을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집트 정부는 중앙은행을 포함 모든 공공·일반은행에서 일일 1만 달러, 월 5만 달러로 현금 예치 한도를 둔 상태다.
이 같은 조치로 적기에 수출 대금이 들어오지 않고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해 현지 진출 기업들은 자금 운영 및 재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장의 노후 설비 교체에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점도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관세가 적용된 노후 설비라도 교체를 시도할 경우 애초 부담해야 할 관세의 70%를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서강석 코트라 시장조사실장은 "예치 한도 등으로 국내 대표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현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더해) 이집트 보건부가 관행적으로 의학 제품 공급 국가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으로 제한해 우리 나라의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인구의 약 10%가 연소득 1만 달러 이상으로 향후 중형차 이상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관세 및 판매세에 부담을 느끼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지 않다.
또 이집트 규정상 외국인 근로자 수가 전체 종업원의 10% 이상을 넘지 못해 현지 진출 기업들은 한국인 기술자가 필요해도 제대로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알시시 대통령을 비롯해 허창수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최광철 SK건설대표 등 한국과 이집트 정재계 인사 140여명이 참석했다.
허창수 회장은 만찬 인사말을 통해 "이집트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4%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평균 2.3%를 상회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집트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와 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집트의 경제성장에 우리 기업들이 일조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만찬에 앞서 양국 경제계 간 협력을 다짐하는 서명식도 열렸다.
두산중공업은 이집트 전력신재생에너지부, 수에즈운하경제지구(Suez Canal Economic Zone)와 함께 석탄화력발전플랜트·담수플랜트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우인터내셔널·현대중공업도 이집트 전력재생부, 세웨디(Sewedy) 전력시스템과 함께 전력송전네트워크 분야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집트 상의 등과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집트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을 연결하는 교역의 중심지이고 아랍국가 중 최대인구(약 9천만명)를 자랑하는 대규모 시장이다.
최근 유로존의 경기 회복 둔화, 차이나 리스크 등으로 세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이집트는 알시시 대통령 집권 이후 지난 2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4.3%로 2배 이상 뛰는 등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한국의 대 이집트 수출도 2011년 크게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4년 알시시 집권 이후 정치 안정세에 따라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1년 수출액 17억3천만달러에서 2014년 23억6천만달러로 3년 만에 36.4% 늘어났다.
서강석 실장은 "여러 애로요인에도 이집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제조업 육성 바람이 일어 공략을 포기하기 힘든 시장"이라며 "이집트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애로요인을 해결하면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iam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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