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bastic(과장된, 허풍떠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작년 6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이후 미국 주요 언론들이 그의 앞에 붙여온 수식어다. 하지만 1일(현지 시각)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한 트럼프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이제 'unstoppable(막을 수 없는)'로 교체되고 있다. 정치 이력이나 정책보다는 헤어스타일, 막말,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한 현 부인의 누드사진 촬영 이력 등 가십거리로 주목받았던 부동산 재벌이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대(代)를 이을 후보로 '간택'받을 수 있는 상황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프로레슬링·미인대회 열고 영화 카메오 출연 -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본업 외에도 프로레슬링(WWF) 경기를 주최하고(오른쪽 위), 미인대회인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주관했고(오른쪽 가운데), TV쇼 진행자 등으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 1992년 개봉한 인기 영화‘나 홀로 집에 2’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오른쪽 아래). 왼쪽 사진은 동물애호가로 유명한 트럼프가 세계 최대 도그쇼인‘웨스트민스터 도그쇼’에서 우승한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

트럼프는 '굴러온 돌'이라는 공화당 내 인식, 거침없는 좌충우돌 언행이 본선에서는 고스란히 표를 깎는 독(毒)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여론조사 선두를 달렸다.

트럼프는 실제로 여성, 동성애, 종교, 인종 등 미국인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꺼리는 '금기사항'을 거침없이 넘나들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남편도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미국을 만족시키겠느냐"고 했고,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연방 대법원이 합법화한 동성 간 결혼에 대해서는 "당선되는 대로 무효화시키겠다"고 했다. 전·현직 대통령, 상대 유력 후보 등에 대해서도 지위를 가리지 않고 말폭탄을 쏟아내는 모습에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CNN의 정치 칼럼니스트 멜 로빈스는 그의 강점으로 ▲진실하다 ▲남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워싱턴 정가를 혐오하는 유권자들에 호소한다 등을 꼽았다.

트럼프는 다른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약점이 많다. 세 번의 결혼 생활 중에 불거졌던 숱한 혼외 염문설이 본선 레이스에서 점화될 수도 있다. 흑인·히스패닉·무슬림 등 미국 사회의 소수층을 겨냥해 퍼부었던 막말은 상대방이 두고두고 곱씹으며 '자질론'으로 문제 삼을 태세다. 그러나 이미 자신이 '모범생'이 아님을 일찌감치 공언해온 그를 향해 그런 공세를 펼쳐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상대 후보들의 고민이다.

트럼프의 지지도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정치적 허무주의'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했는데도, 건강보험(오바마케어) 실시,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이란 핵협상 등 핵심 이슈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끌려가는 것을 지켜본 공화당 지지자들이 실망과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로 삼은 것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라고 했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집에서 태어난 '금수저'다. 독일계 이민 2세로 1920~40년대 뉴욕에서 주택 건설과 수퍼마켓 사업으로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가업(家業)을 이어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1968년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뛰어난 사업 감각으로 뉴욕 요지를 사들이고 마천루를 세웠으며 카지노·호텔 등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트럼프 부동산 제국'을 일궜다. 그의 관심사는 스포츠(1983~1986년 미식축구 뉴저지 제너럴스 소유, 1991년 WWF경기 주최)·미인대회(1996~2015년 미스유니버스대회 주관)·방송연예(2004~2015년 NBC 구직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제작·출연) 등으로 확장됐고, 이제는 공화당 대선 후보 등극을 코앞에 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