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치킨게임' 끝나도 문제…재고량 소진하는 데만 5년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원유 재고량 집계를 인용해 원유시장에서의 사우디의 진정한 적은 미국 셰일업계나 최근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이 아닌 수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 재고라고 보도했다.
IEA에 따르면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공급과잉으로 10억배럴의 원유 재고량이 남아있는 가운데, 원유 생산량이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2017년까지 재고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IEA는 올해 말에는 전 세계 원유 재고량이 11억배럴로 늘어나고, 2017년에는 여기에 3700만배럴이 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원유 재고량을 소진하려면 이후에도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 벌어졌던 원유공급과잉으로 인한 유가하락도 제자리 잡는 데 1년 이상 걸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공급과잉은 1998년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에너지애스팩트는 총 재고량 중 약 2억9000만 배럴이 중국시장으로 흘러들어 갈 것으로 가정해도 2021년은 돼야 원유 재고량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NP파리바스의 해리 칠링귀리안 원자재시장 대표는 "지난 2년동안 전 세계 원유 재고량이 급증해 어마어마한 양의 원유가 쌓였다"며 "이를 모두 사용하려면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유 재고량이 현저히 줄어들기 전에는 국제유가도 눈에 띄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산유국들의 경제불황은 더욱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크 위트너 석유시장 대표는 "올해 말에 공급-수요가 균형을 잡는다고 해도 재고량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투자자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석유왕' 사우디를 포함한 전 세계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극심한 경기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극심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지출예산을 지난해보다 13.8%나 대폭 감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바클레이즈 등에 따르면 재정지출 예산 감축만으로는 2019년에는 파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IEA의 전망대로 원유 재고량을 소진하는 데만 5년이 걸리는 상황이라면,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파격적인 수익성 다변화가 없이는 파산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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