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욕먹고..사회복지사의 '아픈 그늘'
[경향신문] ㆍ대전지역 종사자 절반 “폭력 피해 경험 있다”
ㆍ피해사실 보고 후 기관 대응·조치 50% 안팎
서울의 한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강모씨(35)는 “장애인들에게 맞거나 물어뜯기는 일은 수시로 벌어진다.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봤고 머리채를 잡힌 채 맞은 적도 있다”고 폭력에 노출된 애로를 토로했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상담사 등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시설 종사자들에게 이런 일은 다반사다.
2일 대전복지재단이 내놓은 ‘사회복지 종사자에 대한 이용자 폭력실태 및 대응방안에 관한 정책연구보고서’를 보면 대전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용자들로부터 정신적·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794명을 대상으로 시설 이용자에 의한 폭력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6%(370명)가 “직접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본인이 직접 폭력을 당한 경험은 없지만 주변 동료가 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21.2%(168명)였다.
유형별로는 욕설 등의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복수응답)이 26.9%였다. 신체적 폭력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멱살을 잡는 등의 경미한 수준의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23.3%로 가장 많았지만, 물건을 던지거나 주먹과 발로 때리는 등의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도 12.4%나 됐다. 응답자의 3.0%는 흉기로 위협하거나 찌르는 등의 치명적 수준의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희롱이나 사생활 침해와 같은 피해도 적지 않다.
시설 종사자들은 이런 현실에도 참고 넘어가거나 기관에 보고 해도 제대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폭력을 당했을 때 종사자가 기관에 보고하는 비율은 평균 64.8%였고, 보고 후 기관의 대응이나 조치가 있었다는 응답은 그중 50% 안팎에 그쳤다.
송지현 대전복지재단 책임연구원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이용자의 가벼운 폭력은 업무상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이용자로부터의 폭력은 기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법·제도적으로 대응책을 내놔야 할 문제”라며 “예방 교육과 훈련은 기본이고, 종사자에 대한 피해 지원과 보상제도의 확충, 시설의 보안·경비 시스템 구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상해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사업을 펴고 있지만, 실제 가입률은 전체 종사자의 20% 안팎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종섭·최희진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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