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관련기업 노동자 5천명 실직 몰려"대부분 50대 가장들..어떻게 사나" 하소연

2016. 3. 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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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근로자협 “하루 4만3천원 주는
고용유지 지원금으론 생활고”
생산시설 구축 지원 정책 통한
고용문제 해소 등 ‘절박한 요청’

‘개성공단 기업 비상대책위원회’에 속한 입주 기업 대표와 노동자,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존을 위한 개성공단 기업 비상대책 총회 및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 발대식’에서 실질적인 보상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23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개성 주재원 1천명과 남쪽 본사 개성 관련 직원 1천여명을 합쳐 총 2천여명 가운데 80~90%가량이 해고된 상태입니다. 입주 기업의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합칠 경우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어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 발대식에서 공동위원장으로 뽑힌 신윤순 에스디코퍼레이션 법인장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직원들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며 한숨을 쉬었다. 신 위원장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표 이틀 뒤인 지난달 12일부터 29일까지 대부분의 업체가 직원들한테 사직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개성 주재원들의 경우 연령대가 대부분 50대로, 이번 가동 중단으로 ‘멘붕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개성 주재원들은 주로 법인장, 관리자들로 북쪽 근로자들의 기술 지도와 교육 업무를 맡아 연륜있는 50대가 대부분이에요. 자녀들이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로 학비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시기라 생활고가 심각합니다. 이 나이에 재취업하기도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발만 구르고 있어요.”

신 위원장은 해고된 직원들 가운데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휴업 상태의 기업 근로자에게 주는 하루 4만3천원의 고용 유지 지원금으로는 가장 노릇을 하기 어렵다. 공단 가동 중단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동안 받아온 급여의 2년치를 지급하는 것이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대식에 참여한 개성공단 내 의류 제조업체 에스앤지의 장민창 법인장도 “해고된 근로자들이 겪는 생활고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근로자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며 주택자금대출을 받은 한 직원은 이번에 해고된 뒤 은행이 이런 사실을 알고 대출 갱신을 거부해 난감해하고 있어요. 또 부부가 개성공단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도 세 쌍 정도 되는데, 이들은 부부가 함께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역시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생산해온 녹색섬유의 박용국 개성법인장도 정부가 당장 근로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주 기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의류 제조업체 대부분이 영세 업체들이어서 회사 차원에서는 근로자를 위한 대책을 하나도 마련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는 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오는 제조업체의 경우 정부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생산시설 구축 지원 방침을 밝혔는데,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도 이 정책을 적용하면 남쪽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청장에게 이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정부가 아무런 언급이 없네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개성공단 주재원은 이런 고통을 초래한 정부뿐 아니라 회사 쪽에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평화통일의 선봉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해왔는데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지난달 11일 북한이 주재원들을 갑자기 추방했을 때 주재원들은 회사의 값나가는 물품을 하나라도 더 챙겨 오려고 입던 옷만 걸치고 개인 물품은 그대로 두고 나왔어요. 회사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고락을 함께해온 근로자들을 바로 해고해 배신감을 느낍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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