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 침해 소지 크다" 전문가 의견 내도 '묵묵부답'..테러방지법에 눈귀 막은 인권위

김형규 기자 입력 2016. 3. 2. 19:06 수정 2016. 3. 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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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인권위원회가 테러방지법에 인권 침해적인 독소조항이 있다는 자문위원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이를 반영한 의견 표명이나 권고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인권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24일 인권위 실무자들과 외부 자문교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보인권정책기획단 회의를 열었다. 정보인권정책기획단은 정보인권과 관련해 의견수렴을 하기 위한 인권위 자문기구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러 논의 안건 가운데 하나로 테러방지법도 다뤄졌다. 일부 외부 자문교수들은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안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반대 권고안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 자문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지금처럼 정보인권이 위태로웠던 적이 없다고 본다”며 “특히 테러방지법의 경우 개인 정보인권 침해 소지가 많아 시급히 의견 표명이 필요한 데도 24일 회의 후 아무런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자문위원들이 아무리 정보인권 이슈를 제시하고 의견을 제출해도 인권위 담당자들은 준비중이고 검토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정책이나 권고로 성과를 내는 것도 없이 기획단이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2003년에는 국가정보원이 대테러 업무를 지휘토록 하는 정부 발의의 테러방지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체 연구·분석을 통해 해당 법안이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국가인권위분회는 지난달 25일 ‘인권침해법(소위 테러방지법)의 입법을 반대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발표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선봉이자 최후의 보루임을 자처한다면 이 엄혹한 시기,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실무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 뭐라 말씀드릴수 없다”면서 “(24일 회의는) 어떤 특정 안건이 아니라 여러 현안에 대해 정보인권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는 차원이었고, 의견을 듣는다고 해도 절차상 곧바로 권고나 결의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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