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경영' 막 내린 두산.. '오너 4세'로 위기 돌파

2016. 3. 2. 18: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원 회장 시대' 개막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기 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두산이 국내 주요 그룹사 중 제일 먼저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정원 회장의 취임으로 두산은 3세 형제들이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던 형제경영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3세대 형제경영은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이 촉발한 ‘형제의 난’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박용성·용만 형제로 순조롭게 회장 경영권이 이어지다 이번에 창업주의 증손자인 박정원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2일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이 이사회에서 차기 그룹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해 올해로 창립 121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은 그동안 형제경영과 장자상속의 원칙에 따라 박용곤 명예회장-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박용만 현 회장 순으로 형제들이 회장직을 승계해 왔다. 이 과정에서 2005년 형제의 난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순조롭게 경영권이 이양됐다. 2005년 당시 3세 경영자 중 둘째인 박용오 회장은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를 삼남 박용성 회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데 대해 그룹의 편법 경영에 대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반발해 물의를 빚었다.

재계에서는 박정원 회장의 취임이 4세대 장자 경영의 시동이라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4세대가 박정원 회장 이후로도 선대처럼 형제경영을 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윗대 회장들의 아들들이 각 계열사의 주요 보직에 두루 퍼져 있는 상황이라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나 사촌 형제 중 누가 차기 승계자가 될지부터 예측 불허다.

그룹 지주사를 이끌었고, 창업주 큰손자의 큰아들이라는 상징성과 정통성을 겸비한 만큼 박정원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박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맞아 재무구조 재편과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룹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부터 착실히 수행해야 한다. 두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주회사인 두산도 1조7000억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은 이에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국내 상장, 공작기계 부문 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쏟는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피 말리는 가격협상 끝에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 사업 부문을 1조1300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체결해 한숨을 돌리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이번 매각으로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267%에서 203%로 약 64%포인트 감소하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게 됐다”며 “두산밥캣의 상장 추진 등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더해 향후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펼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원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 내에서 차세대 리더로 꼽혀 왔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1985년 두산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비즈니스그룹(BG)을 맡은 뒤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취임 1년 만에 매출액을 300% 이상 끌어올려 주목 받았다. 또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했고, 그룹의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매진했다.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에서 역할이 컸다는 전언이다.

박 회장은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현재 구단주를 맡고 있는 두산베어스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잘 드러난다. 두산베어서는 무명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하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