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에 한달, '분통' 터지는 알뜰폰
[경향신문] 올 1월 기존 이동통신사와의 약정계약이 만료된 직장인 ㄱ씨는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하려다 낭패를 봤다. 알뜰폰 개통까지 무려 한달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ㄱ씨는 1월26일 모 알뜰폰 업체에 온라인으로 번호이동 가입 신청을 했다. 해당 업체는 “신청자 수가 많을 경우 개통까지 열흘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신청 한달이 넘도록 업체에선 아무 연락이 없었고 지난달 29일에야 “개통을 진행하겠다”며 전화가 왔다. 알뜰폰 개통을 기다리느라 ㄱ씨는 결국 비싼 이통사 요금을 한달치 이상 더 내야했다.
알뜰폰 가입자가 늘고 있지만 개통까지 한달 이상 걸리는 등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2일 미래창조과학부의 집계를 보면 1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604만2096명으로 알뜰폰 출범 이래 처음 600만명을 돌파했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요금제를 판매하는 우체국 알뜰폰의 경우 1월에만 10만명 가량이 가입해 이미 지난 한해 전체 가입자 수를 한달 만에 넘어섰다. 우체국 알뜰폰의 하루 평균 가입자수는 지난해의 10~15배에 달한다.
가입자가 폭증하면서 개통 지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탓에 인력과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갑자기 늘어난 가입신청 물량을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통에 써야할 전용 단말기가 없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인기 요금제를 판매 중인 알뜰폰 업체의 경우 길게는 한달 이상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
이통3사의 경우 통상 약정 기간이 끝나면 요금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로인해 알뜰폰 개통이 오래 걸릴수록 그만큼 비싼 요금을 소비자는 더 부담해야 한다.
알뜰폰 가입신청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주 신청자 대비 개통률이 70% 미만인 업체들을 골라 일시적으로 ‘가입 중단’ 조치를 내리고 있다. 업체 자체적으로 중단 요청을 할 경우에도 가입이 일시 중단된다. 올들어 이미 2~3차례씩 가입이 일시 중단된 업체들도 있다. 과도한 개통지연 등을 막기위한 취지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같은 이통사 내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할 경우 유독 개통지연이 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타 이통사 가입자나 타 이통사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를 자사망 알뜰폰으로 끌어오는건 수익에 도움이 된다. 반면 기존 자사 가입자가 자사망을 쓰는 알뜰폰으로 이동하는건 사실상 수익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자사망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기존 이통사가 상당한 ‘눈치’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통사에서 번호이동 등에 필요한 일처리를 늦게 해줘도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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