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어 페이스북..'사생활 보호'놓고 수사기관과 충돌

김영선 기자 2016. 3. 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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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페이스북 부사장 체포..메시지 제공 법원 명령 불응 혐의로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브라질서 페이스북 부사장 체포…메시지 제공 법원 명령 불응 혐의로]

범죄 수사와 사생활 보호를 놓고 수사당국과 정보기술(IT) 기업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수사당국의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한 담당자가 체포되는 등 극단의 상황까지 연출되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경찰은 마약 거래 수사와 관련, 용의자들이 '왓츠앱'에서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을 내놓으라는 법원 명령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디에고 조단 페이스북 부사장을 체포했다. 조단 부사장은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의 라틴아메리카 지역 담당자이지만 페이스북이 현지에 왓츠앱 담당 임원을 따로 두지 않는 탓에 페이스북 부사장이 체포된 것이다.

브라질 경찰은 "페이스북이 요구받은 메시지는 수사에 필수적인 증거"라고 했지만 페이스북은 이번 조단 부사장 체포가 "극단적이고 균형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페이스북 측은 작년 6월까지 18개월간 브라질 정부로부터 3700건이 넘는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고 이에 최소한의 수준에서 37%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페이스북은 지금까지도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브라질 당국의 어떤 요청에도 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용의자 정보 제공 여부를 놓고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설전을 벌이면서 IT 업계를 중심으로 수사협조 의무와 사생활 보호가 화두로 떠올랐다. IT 기업들은 대부분 "국가 보안을 위해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견지하면서도 수사당국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선 거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애플이 FBI 요구를 거절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FBI는 애플 측에 '백도어'를 설치함으로써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 암호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애플은 이 백도어 설치가 자칫 다른 아이폰 사용자의 정보에까지 접근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은 세계 최대 보안 컨퍼런스인 'RSA 2016'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백도어'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IT 기업들은 수사당국 요청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스미스 사장은 작년 11월 발생한 이른바 '파리 테러' 용의자와 관련한 정보 제공 요청을 받은 사실을 언급,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14건의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았고 이에 MS는 평균 30분 안에 해당 요구에 응했다"고 역설했다. 백도어 설치를 거부하고 있는 애플도 "지금까지 FBI 수사에 최대한 협력해왔다"고 주장했었다.

이들이 문제삼는 건 자사 고객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다. 수사당국에 제공한 정보로 인해 실제 고객 사생활 침해가 이뤄질 경우 자칫 기업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미스 사장은 FBI가 1911년 개정된 법을 근거로 애플에 백도어 기술을 요구하는 데 대해 "개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옛날 법을 적용하는 건 고객의 신뢰를 잃게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왓츠앱을 운영중인 페이스북도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마련한 장치로 역풍을 맞은 경우다. 왓츠앱은 사용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수사당국에 제출할 메시지 내역이 없다고 해명했다. 메시지 내역은 오로지 앱 사용 당사자의 기기에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당국은 IT 기업을 향한 압박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미 연방하원 사법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나쁜 방호견'이라 칭하며 암호화 장치로 인해 범죄자 검거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브라질 수사당국의 경우 앞서 페이스북의 수사 비협조를 이유로 48시간동안 왓츠앱 서비스를 중단시킨 바 있다.

김영선 기자 ys85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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