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에 왜 대응 안 하나" 반격 나선 정용진

이소아 2016. 3.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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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온라인 시장 영토 싸움

기저귀와 분유를 놓고 벌이는 이마트(국내 대형마트 1위)와 쿠팡(소셜커머스 1위)의 ‘최저가 경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쟁의 본질이 연간 50조원을 넘어선 온라인 소매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신세계그룹의 ‘패러다임 전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1일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용진(48)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20~30대 여성 고객이 주로 사는 몇몇 상품(기저귀·분유 등)을 활용해 관련 유아용품은 물론 신선식품까지 고객을 가져갔다. 우리는 왜 대응을 안 하고 방관했는가”며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이어 “우리(이마트)는 흑자를 내며 지속 성장하는 회사다. 적자를 보더라도 전 유통채널에서 최저가 전략 상품을 정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는 20~30대 고객을 놓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파격 인사’가 뒤따랐다. 신세계는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기존 담당자를 해임하고, 김홍극(52) 상무를 부사장급인 상품본부장 겸 일렉트로마트 브랜드매니저(BM)로 임명했다. ‘이마트몰을 중심으로 이마트를 온라인화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신세계 자체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쓱(SSG)페이’ 광고를 만드는 데 20억원을 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어 등장한 게 최저가 경쟁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1년 사이 이마트가 쿠팡 등 마진을 낮게 책정한 소셜커머스 업체에 매출을 빼앗겼다고 판단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최저가 경쟁을 지시했다.

무엇보다 유통시장이 모바일 쇼핑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미래 주요 소비층이 될 20~30대가 쿠팡으로 쏠리고 있다는 데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기저귀·분유에 이어 생리대·햇반·생수·커피·라면·휴지 등 ‘전략 품목’을 정해 최저가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현재 ‘1원 전쟁’ 중이다. 이마트가 하기스(매직팬티 대형) 기저귀를 장당 310원으로 정하자, 쿠팡도 310원으로 낮췄다. 이어 이마트가 308원으로 가격을 낮추니 쿠팡이 305원으로 내렸다.

쿠팡도 소극적 가격조정을 넘어 맞대응을 준비 중이다. 내부적으로 ‘전 품목 최저가 판매’라는 정책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 9800원 이상에만 적용되는 로켓배송(주문 후 24시간 내 배송)을 쿠팡이 직접 매입한 전 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이마트는 일주일에 한 번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최소한 하루에 한 번 전담팀이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최저가 경쟁에 자신 있다”며 “가격 외에도 모바일 쇼핑에 최적화된 시스템의 편의성, 친절하고 빠른 배송서비스에 고객이 만족하는 것”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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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쿠팡은 유통 아닌 IT회사…우리의 도전 1회 초도 안 지났다”
② 로켓배송 저리 가라…대형마트 ‘초고속 배송’ 역공
③ 소송 당한 쿠팡 “1조5000억 투자해서 4만명 채용”
일각에서는 최저가 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가 인하 압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번 가격 전쟁에 대응해 롯데마트는 상시 분유 최저가 판매를, 티몬은 생필품 최저가를, 위메프는 ‘위메프플러스’를 통한 실시간 최저가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유통업체가 마진을 줄이는 구조지만 가격 위주의 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납품업계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가격보다는 신상품 발굴 등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이번 최저가 경쟁은 유통산업이 온라인·모바일 시장이라는 새로운 경쟁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배자들이 반격에 나선 ‘혁신 경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정보기술(IT) 환경이 뛰어나고 도시 집중 인구가 많으며 물류비가 싸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회사가 온라인화하는 데 유리한 구조”라며 “자본력이나 규모 게임이 아닌 누가 더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주느냐, 누가 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소셜커머스=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Social) 미디어’를 활용해 물건을 공동 구매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다. 특정 지역의 음식점이나 공연 표 등 상품·서비스를 할인 판매하는 형식으로 시작했다.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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