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늘어난 이주민 '괸당 선거' 흔들 변수
[경향신문] ㆍ한 다리 건너면 사돈의 팔촌 종친·동문·향우 ‘독특한 섬문화’
제주에 급증한 이주민이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이당 저당보다 괸당(친척)이 최고’라는 제주만의 독특한 ‘괸당 선거’를 뒤흔들 변수로 등장했다.
괸당(궨당, 권당)은 제주어로 친·인척을 의미한다. 폭넓은 의미로 이웃도 포함한다. 육지와 단절된 섬의 특성상 발달한 공동체문화다.
다만 선거 때만큼은 정책선거의 걸림돌이 됐다. 정책이나 정당보다는 같은 학교, 같은 고향 출신에게 무조건 표를 몰아주는 것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선거철만 되면 ‘이당 저당보다 괸당이 최고’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지난달 26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강당에서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 중심의 선거문화가 정책 중심의 선거문화로 변화돼야 한다’는 협약문에 서명하는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다름 아닌 예비후보자들이 속한 제주지역 12개 향우회와 종친회, 동문회 임원들이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괸당 선거’를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치러진 제주만의 이색 행사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최근 급증한 이주민이 ‘괸당 선거’를 허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민들은 제주의 학연이나 혈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4·13 총선의 제주지역 유권자는 49만여명(지난해 10월 기준 49만658명) 규모다. 2012년 19대 총선 유권자수(44만1470명)와 비교하면 5만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제주로 순유입된 인구는 4만여명이다. 많게는 늘어난 유권자의 80% 안팎을 이주민이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제주로 이주한 김민수씨(33·제주시 아라동)는 “평소 괸당문화를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선거 때만큼은 말도 안되고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제 입장에서 괸당문화는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고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당과 제주 관련 정책 위주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몇년 새 급증한 이주민이 선거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됐다”며 “오랫동안 뿌리박힌 괸당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주민 증가를 계기로 조금씩 허물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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