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北이 핵·경제 병진노선 포기할 때까지 밀어붙여야"

2016. 3. 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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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유호열(61)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지난 1월 6일 취임식을 갖기 위해 서울 장충단로 청사로 나오는 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소식을 접했다. 오후 1시에 열린 취임식과 신년인사회에선 온통 핵 문제가 화제였다.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낸 유 수석부의장은 그달 12일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북핵 반대 1인 시위를 벌였다. 역대 최연소 수석부의장다운 파격행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고는 50일 정도 시간이 흘렀다. 북한 및 남북 문제 전문가인 그가 작금의 엄혹한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24일 청사 집무실을 찾아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다. 학자 출신답게 대답이 논리정연했다.

-1인 시위는 너무 튀는 행보 아니었습니까.

“그날 전국 각지에서 3500여명의 자문위원들이 동시다발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민주평통 내 의견을 수렴해 봤더니 저도 참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의 핵 개발은 아무리 강력하게 규탄해도 지나치지 않거든요. 1시간가량 서 있었는데 영하 13도 강추위가 몰아친 날이어서 엄청 춥긴 했습니다.”

-부총리급 직위에 역대 최연소 수석부의장을 맡게 된 소감 좀 듣고 싶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국민의 평화통일 여망을 한데 모으는 책무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내외 2만명 가까이 되는 자문위원들의 역량은 매우 우수합니다. 이런 훌륭한 인적자원을 평화통일의 기폭제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분들을 고무·격려하고 지원하는 데 역동적으로 기여하고자 합니다.”

-임기 중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둘 생각이신가요.

“가장 중요한 건 통일에 대한 정책 자문입니다.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에게 분기 1회꼴로 자문 보고를 하게 돼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면보고를 할 텐데 현장감 있는 자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2만명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제대로 수렴하면 통일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자문위원들이 스스로 평화통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통일운동을 전개할까 합니다. 1인 시위도 좋고, SNS를 통한 여론 확산도 좋겠지요. 셋째로는 해외조직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전 세계 117개국에 사는 자문위원들을 제대로 네트워크화할 경우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주평통이 아직도 관변단체라는 느낌을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주평통의 대행기관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체장들이 정파와 관계없이 민주평통 조직 및 자문위원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대북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지자체 민선시대 이후에는 민주평통 조직이 정파나 이념을 초월했다고 보면 됩니다.”

-민주평통의 보수화를 막기 위해선 20, 30대를 자문위원에 더 많이 위촉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지금 20, 30대가 10% 이상, 2100여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성도 30% 이상이어서 과거에 비하면 저희 조직이 아주 역동적입니다. 요즘엔 열린추천제란 게 있어 자천(自薦)하는 대학생도 많습니다. 아무튼 젊은이들을 더 많이 위촉할 계획입니다.”

-남북 문제 현안에 대해 묻겠습니다. 북의 핵 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북의 핵 개발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하거나 유야무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핵 고도화를 이번에 막지 못하면 우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의 판단이라고 봅니다.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강력히 대응하는 게 맞습니다. 북이 핵보유국 인정을 받을 수 없겠다고 느끼도록 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

-개성공단은 사실상 끝난 것 아닌가요.

“안타깝지만 당분간은 재가동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금이 북한 정권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가동 중단은 불가피합니다. 가동 중단의 책임과 재가동 여건 마련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습니다. 비핵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으면 당장이라도 재가동이 가능하겠지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반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 입장에서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우리한테 함부로 하진 못할 겁니다.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고 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경제보복을 한다면 국제사회 신인도가 추락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봅니다.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북의 핵 개발을 막는 게 최상의 방책이지요. 우리 입장에선 북의 공격에 대해 주체적으로 방어수단을 구축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유엔에서의 대북 제재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북이 유엔의 권능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강력하게 제재해야 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북이 분명하게 압박을 느끼도록,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과거보다 훨씬 센 강도의 제재에 합의한 것은 다행입니다. 북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할 때까지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것입니다. 결의안의 충실한 이행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핵무장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부 전문가나 정치인이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면 우리가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할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는 견고한 한·미동맹을 통해 북의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은 확고하거든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게 유일한 해법 아닌가요.

“북의 핵 포기가 관건이지요. 평화협정 문제는 과거 6자회담 틀 내에서도 논의되곤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포기한다고 해놓고 비밀리에 개발하면 평화협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평화협정에 대한 북의 숨은 의도는 주한미군 철수거든요. 그런 상황은 우리 안보에 최악이라고 봅니다.”

-핵 포기와 평화협정, 북·미 수교를 병행해서 동시에 논의하는 게 순리 아닌가요. 중국이 그런 입장인 것 같은데요.

“북한 지도부가 핵 포기라는 결단을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북이 진실로 핵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진정성을 보이는 과정에 들어가면 평화체제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총선을 앞두고 대북 문제와 관련해 국론분열 조짐이 있습니다. 민주평통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조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국가안보 확보라는 큰 틀에선 여야가 같은 입장을 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의 무모한 행동에 맞서 안보만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민주평통이 국론통일에 대한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자문위원들이 역할을 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5월로 예정된 7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집권기반이 보다 확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당 대회는 당의 조직정비를 통해 집권기반을 다지는 문제와 중장기 경제발전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된 경제발전계획을 내놓기 어려울 것입니다. 외부, 특히 중국과 남한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4차 핵실험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거든요.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반쪽짜리 당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런 식이라면 김정은 정권이 계속 이어지더라도 힘든 상황을 피하긴 어렵겠지요.”

-한반도가 얼어붙는 바람에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통일준비위원회의 활동이 무의미해진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통일준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해야지요.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한다거나 DMZ평화공원 조성을 준비하는 일 등은 어렵겠지만 중장기 통일방안 마련과 통일헌장 제정 같은 활동은 계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 수석부의장은

△서울 출생(1955년) △경기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오하이오대 정치학 박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행정대학원장, 공공정책연구소장 △북한연구학회 회장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 회장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분과위원장 △정부업무평가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이다. 헌법 제92조에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수렴, 통일에 관한 국민합의 도출, 통일에 관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 결집을 주 임무로 한다. 1981년 발족됐으며 17개 시·도와 227개 시·군·구, 세계 117개국에 자문위원을 두고 있는 전국적, 세계적 조직이다. 자문위원은 2년마다 대통령이 위촉하며 현재 1만9947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이 의장이며 25명의 부의장을 두고 있다. 수석부의장 1명, 전국 시·도 대표 17명, 여성 대표 1명, 이북5도 대표 1명, 해외 대표 5명이다. 수석부의장은 지금까지 15명이 거쳐 갔다. 이수성·이홍구 전 총리,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 민관식·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이 수석부의장을 지냈다. 수석부의장은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무보수·명예직이다.

대담=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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