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자태 뽐낸 고궁의 밤..야간개장 첫날 2천500명 몰려
4월4일 티켓까지 매진…경찰은 암표 단속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밤에 고궁을 거닐고 있으니 조용하고 고즈넉해요. 어딘가 한 편에서 왕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아요."
3·1절인 1일 저녁 창경궁에서는 방문객들이 어둠 속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는 고궁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올해 첫 야간 특별관람이 시작된 이날 입장 시간인 오후 7시가 되기 전부터 창경궁 정문 앞에는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받으려는 줄이 100m가량 길게 늘어섰다.
꽃샘추위 탓에 손이 시려울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다들 싱글벙글 웃으며 설레 하는 모습이었다.
정문인 홍화문(弘化門)을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는 건물인 명정전(明政殿)은 노란 조명을 받으며 기품을 뽐냈다.
연인들은 추억을 간직하고자 연신 셀카를 찍었고, 가족 단위로 온 방문객들은 도란도란 감상을 나눴다.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고 궁을 방문해 이목을 끈 여고생 고효경(18)·김지은(18)양은 "고궁 야간개장은 처음인데 분위기가 웅장하고 멋있다"면서 "어딘가에 왕도 우리랑 같이 거닐고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미리 공부해온 창경궁의 역사를 얘기하며 궁 구석구석을 기억에 담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서용진(34)·박영실(34) 부부는 명정전 앞 안뜰을 가리키며 "바로 여기서 영조가 사도세자를 가둔 뒤주에 직접 못을 박지 않았느냐"면서 "그럴 때 아버지로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장 때 소란이 잦아들자 옥천교(玉川橋) 옆 바위에 앉거나 후원 연못인 춘당지(春塘池) 주변을 산책하듯 천천히 거닐며 담소를 주고받는 방문객들이 많았다.
드물게 외국인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칠레에서 온 로레토 세풀베다(25·여)씨는 "'해를 품은 달' 같은 한국 사극을 좋아해서 한국 여행을 왔는데 드라마에서만 보던 궁의 밤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로레토씨는 "칠레 전통 건물과 달리 한국 고궁은 지붕 구석구석까지 색칠을 하는 등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인상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창경궁 야간 관람을 찾은 손님은 약 2천500명이다.
창경궁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인터넷과 전화로 예매를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4월 4일 표까지 전부 매진됐다"면서 "하지만 하루 150장씩 현장에서 당일표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1천원이고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경복궁은 3천원이고 화요일 휴무다.
경찰은 매표소를 비롯한 궁 주변 일대에서 암표상을 집중 단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복 경찰을 포함해 10여명이 단속에 나섰는데 오늘은 잡힌 사람이 없었다"면서 "야간 개장 동안 관리소와 협조해 단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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