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소설 통해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 계속할 것"

박성규기자 2016. 3. 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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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학회서 밝혀
/=연합뉴스

"소설 쓰는 일은 서성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들을 품은 채 저에게 주어진 삶 위에서 끈질기게 서성일 것입니다."

소설가 한강(46·사진)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네 회그룬드 스웨덴 대사가 회장을 맡은 서울문학회는 한국에 있는 외교관들이 한국 문인을 초대해 대화하는 자리다. 고은·박완서·황석영 등 한국 대표 문인들이 자리를 거쳤으며 이날은 한강이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한강은 최근 영미권에 번역 출간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이 뉴욕타임스·가디언 등 해외 주요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의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대표 문구를 읊으며 자신의 작가 인생을 설명했다.

지난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로 올라온 뒤 소설가인 아버지가 보여준 사진첩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보여준 것은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이었다. 한강은 "그때 저는 열세 살이었다"며 "그 사진첩은 제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세 번째 장편소설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달라 보이지만 하나의 쌍을 이루는 소설"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그러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강이 2014년 펴낸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진압된 후 시위대에 있었던 친구의 시신을 찾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한강은 "인간의 존엄성을 굳게 믿고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움과 폭력이 공존하는 세계에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며 "'소년이 온다'를 쓰며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고통 안에서 하나의 열쇠,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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