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규제에 경제혁신 발목 .. 성장 위해 '마인드' 바꿔야
■ reDesign 대한민국 16대 어젠다
규제 못놓는 관료주의 타파
# 2인승 초소형 전기차는 오토바이보다는 약간 크지만, 4개의 바퀴로 운행해 안정성이 우수하고 적재량이 많다. 또 동력으로는 전기를 쓰기 때문에 기존처럼 유류비가 많이 들지 않아 가까운 거리에 배달·운송에 적합하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기차를 들여와 동네 배달에 쓰려고 했던 BBQ치킨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혔다. 초소형 전기차는 현행법상 이륜차로도, 자동차로도 분류가 되지 않아 도로를 주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소형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간단한 신고만으론 처리되지 않고, 자동차 관리법까지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BBQ는 도로교통법상 이륜차로 분류된 삼륜 오토바이를 우선 현장에 배치했다. 정부는 최근에야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규제를 풀기로 했다.
◇경제혁신 가로막는 '규제 트라이앵글'= 초소형 전기차 사례는 우리나라 규제가 지닌 불합리성을 잘 보여준다. 이런 규제와 관료주의는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무인비행기, 자율주행차, 바이오 산업 등 혁신 경제 위주의 제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대부분 산업 관련 규제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다. 이는 산업 관련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법으로 명시한 범위 내에서만 행위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초소형 전기차 사례처럼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른바 '규제 트라이앵글'이 우리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 사례처럼 정부의 지나친 사전 승인 규제 때문에 기업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도 시장에 내다 팔 수가 없다.
어렵게 신제품을 개발해도 안전성 인증기준 등이 아예 없어 판매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는 규제가 없더라도 지나친 세금이나 판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꽉 막힌 규제에 경제자유도 낮아= 우리나라의 규제 경직성은 아직 신흥국 수준이다.
미국 민간 연구단체인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2016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100점 만점에 71.7점으로, 조사대상 178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한국의 경우 사업을 시작할 때 최소한의 자본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제가 없고 노동시장도 역동적이지만, 규제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시장 자유도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세계 11위라는 경제 규모에 걸맞는 경제 체질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도한 규제로 경제혁신과 역동성 저하는 외부 경제 악재와 겹치며 심각한 위기를 낳고 있다. 지난 1월 자동차, 석유, 철강, 반도체 등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은 모두 수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4개월 동안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 1 이상,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80%를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마저 연속 하락했다.
대외 경제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은 물론 다양한 창업기업이 꽃피우면서 수출경기가 회복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대부분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을 턱밑까지 따라잡았거나, 이미 뛰어넘은 분야도 많다. 일본은 '제로금리'를 내세운 엔저 전략을 쓸 만큼 억지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 혁신성 갈수록 떨어져= 반면 우리나라 경제 혁신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강소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번번이 규제에 가로막힌다. 미래 먹거리 신산업이 등장해 시장에 확산, 우리 경제를 이끌어야 하지만, 시장에 나와 꽃을 피기도 전에 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다 보니 스타트업 기업은 아예 해외로 발길을 돌릴 정도다. 택배 운송 서비스에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던 '무버'라는 스타트업은 결국 국내 규제에 가로막혀 홍콩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런 가운데 '새로운 수출동력 창출을 위한 민간의 신산업 진출 촉진방안'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포지티브 위주인 우리나라 산업 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네거티브 방식은 대부분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경제 행위들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금지행위만 따로 규정해 위반시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신제품의 규제저촉 여부를 한 달 안에 알 수 있고, 신고만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3년 동안 81개 기업이 신산업 분야에서 44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같은 규제 개선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제정해 신산업 혁신을 촉진한다는 목표다. 규제 프리존에서는 규제 완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이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상품과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다.
◇관료주의 타파가 '과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에 더해 모든 것을 규제로 해결하려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일도 우리나라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기업은 시장 변화를 예측해 인력과 자금을 투입, 혁신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내다 팔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품인데도, 기업이 물건을 팔기 위해 국회와 정부를 쫓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규제혁신과 관료주의 타파는 뿌리박힌 관행을 해소하는 일이어서, 혁신기술 개발보다도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부분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제도 혁신에 더해 기본 '마인드'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앞으로 한국의 성장경로는 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동력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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