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도전' 잠자는 기업가 DNA 깨워 경제활력 되찾자
■ reDesign 대한민국 16대 어젠다
기업가 정신의 부활
대한민국에 기업가 'DNA'가 사라지고 있다.
기업 신화를 이어갈 제2의 삼성, 현대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창업 10여 년 만에 미국 시가 총액 7위에 올라선 페이스북, 창업 2년 만에 1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는 스냅챗 등 굵직한 '수퍼 루키'(Supre Rookie)가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해외와는 대조적이다.
정체된 한국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 부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2의 이병철, 정주영 나와야 할 때=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을 대변하는 인물로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자본금 3만원의 삼성상회를 세계적인 삼성그룹으로 일궈낸 이 회장과 소를 판 돈 70원으로 오늘날의 현대를 만들어낸 정 회장은 대한민국 성장과 함께 한 기업 신화의 상징이었다.
대한민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두 거대 그룹의 성장에는 창립주들의 뚝심 있는 기업가 정신이 원동력이 됐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현대의 부산 UN 묘비와 관련된 사례는 지금도 거론되는 유명한 일화다. 1952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부산 UN 묘지에 잔디를 까는 일이 시급했다. 겨울이라 잔디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상황. 정 회장은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보리밭을 사들여 보리를 묘지에 옮겨 심었다. 황량했던 묘지는 푸른 보리밭으로 변했다. 정 회장이 자주 사용했던 "이봐, 해보기는 했어?"라는 말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기업가 정신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 때 국내 재계 2위까지 올랐던 대우를 이끈 김우중 회장은 세계 시장으로 무대를 넓힌 기업가로 꼽힌다. 김 회장의 경영 활동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로 대변된다.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한 대우실업은 셔츠 등의 원단을 동남아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창립 5년 만에 국내 2위 수출 기업에 올랐다. 한국 기계공업, 새한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행보로 기업 덩치를 키우기도 했다. 갑자기 불거진 '대우 사태'로 대우그룹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김우중 회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김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격변 시기에 우리 경제를 살 찌운 점이 분명히 있다.
◇창업기업 … 중소-중견-대기업 '징검다리' 끊어져= 물론 1990~2000년대 벤처 열풍이 불면서 제2의 삼성, 현대를 꿈꾸는 '루키'들의 등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팬택이다. '벤처 1세대 신화' 상징으로 떠오른 팬택은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스마트폰 2~3위 자리까지 꿰차기도 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7위에 오르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었다. 우리나라가 최초 개발한 MP3플레이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아이리버도 대표적인 성공 벤처기업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들 1세대 벤처기업들은 스스로, 자립적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파산 직전에 몰렸던 팬택은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돼 새 도약을 준비 중이며, 아이리버는 지난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됐다.
벤처 거품이 꺼진 후 주춤해진 창업은 최근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소, 중견,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는 사실상 끊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벤처 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이어서 대기업으로 성장해 세계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례를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창업 기업은 84만3000개로 전년보다 12.6% 늘었다. 신생 기업 수는 늘었지만 생존률은 여전히 낮다. 국내 신생기업 10곳 중 4곳은 1년 안에 문을 닫았고, 10곳 중 5곳은 2년 안에 망했다. 10곳 중 7곳은 5년을 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 비중이 제조업은 37.9%, 운수업은 42.3%에 그쳤다. 숙박 음식점(17.7%), 예술 스포츠(14.3%) 등도 10곳 중 8곳이 살아남지 못했다.
◇기업가 정신 되살릴 수 있을까=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기업가 DNA'를 일깨우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책 실효성과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있다. 벤처 '스타트업 밸리'를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역삼동에 스타트업 밸리를 만들고 오는 2017년까지 160여개 사를 입주 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벤처펀드 규제를 개선해 신규투자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벤처 펀드 신규 투자액이 1조원에 육박했으며 벤처 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전년 동기보다 약 24% 늘어난 총 517개 기업을 기록한 상태다. 이외에도 직원들의 성취 의식과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회사의 임직원 등에게 자기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따라 일정 기간 내 매수할 수 있는 '주택매수선택권(스톡옵션)제도' 등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삼성, 현대, 제2의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가 탄생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 실패한 자도 다시 일어서 도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와 산업계의 적절한 지원 대책 등으로 실제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업가 정신을 깨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세정기자 sjpark@dt.co.kr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쌍용차 '티볼리 에어'세계 첫공개.. 유럽시장 본격 공략
- 구글 자율주행차, 버스와 접촉사고.. 무슨 문제 있었길래
- 공기청정기가 무료? 삼성전자 봄맞이 파격 혜택
- '쏘울 EV'1만대 판매돌파.. 해외서 더 인기있는 이유
- 하루 1만원이면 OK.. 알뜰폰도 해외 무제한 데이터로밍
- [기획]트럼프 갑작스런 EU 50% 관세부과 배경엔 `중국`도 있다
- 이재명·김문수, 대선 승패 가른 충청서 `맞대결`
- "더 멀어진 내집 마련" 서울 주택 매매값 10억원 돌파
- [이준기의 과·알·세] `제2의 R&D 예산 삭감파동 막으려면`… 대선 앞두고 분주해진 과학계 행보
- 기재부 "내수침체, 저출생·고령화 영향" 내부 분석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