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마친 국회..與野 득실은

김영환 2016. 3. 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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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테러방지법 주호영 수정안 통과돼 국정원 권한 높아지는 열매 얻어야, 필리버스터 효과 톡톡히 누려..정치권 멀어진 국민 관심 돌려놔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중단 결정으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더민주의 협상 요청을 거절해온 새누리당은 주호영 의원의 수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열매를 얻었다. 반면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멀어진 국민의 관심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더민주 비대위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필리버스터 중단 논의를 했다. 당론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것으로 모아졌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부대표는 “향후에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의견을 묻는 의총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티고 버틴 與, 열매는 달았다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더민주가 택한 마지막 카드였다. 필리버스터로 해당 회기에서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있지만 다음 회기가 열리면 무조건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회기 내라고 하더라도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국회의장은 토론 종결을 선포하고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 처리해야 한다.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굳이 협상장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총선을 목전에 두고 선거구 획정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필리버스터에 발이 묶여 있는 것도 여당에는 쏠쏠한 카드였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야당이 결국 제 손으로 성문을 열어 젖혔기 때문이다.

국회가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벗어나면서 밀린 쟁점 법안은 이르면 2일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표결 절차를 밟는 테러방지법은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직권 상정돼 있는 테러방지법을 2일 처리할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은 지난 3개월 이상 야당의 주장과 요구를 수용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앞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부터 테러방지법까지 여당이 원하는 안을 통과시켜 확실한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출구전략 없던 野 선거 정세 전환 이득

더민주는 야권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는 봤지만 손에 넣은 소득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출구전략이 없었던 것이 필리버스터를 강행하고도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39년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 진행 방해를 목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재현했지만 테러방지법안 저지라는 실리도 명분도 얻지 못했다.

북한인권법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처리한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선거법을 볼모로 민생 법안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되려 거꾸로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필리버스터로 반전을 꾀했지만 묘책이 없던 더민주로서는 백기를 들게됐다. 테러방지법 저지 실패는 물론 공직선거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다만 필리버스터를 통해 지지자 결집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도 “국회 본회의장을 거짓 선전·선동과 사전선거운동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할 만큼 대중들의 시선이 필리버스터에 쏠렸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방송 시청률이 3~4위로 생긴 이래 최고 수준이고 포털 검색 순위 중 5개를 ‘필리버스터’가 차지할 정도”라고 자평했을 정도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은 쏠쏠한 부수입도 챙겼다. 각종 매체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확인한 지지자들이 후원금을 잇따라 보내온 덕이다. 10시간 이상 필리버스터를 한 은수미 의원은 “1~2만원씩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한 개의 은행에서 정리된 통장만 8개”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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