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전석 매진 '햄릿'..서울서 스크린으로 본다

김슬기 2016. 3.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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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라이브 상영 매진..'메트오페라' 실황 인기생생한 공연 저렴한 가격으로 접할 수 있어예술의전당도 오페라·발레 영상화사업 나서
국립극장 스크린서 상영된 컴버배치 주연 연극 `햄릿`.
지난달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로비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해 8월 공연된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햄릿'을 보려는 관객들이었다. 영국에서도 빛의 속도로 매진된 런던 최고 화제작을 국내에서 볼 수 있게된 건 영국 국립극장 라이브(NT Live)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3시간20분에 달하는 공연은 6회에 걸쳐 스크린으로 상영됐다. 1040석에 달하는 대극장 좌석은 개막 한 달 전 전석 매진됐고 보조석까지 의자를 놓았다. 스크린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이 6000명 이상 몰린 것이다.

공연을 스크린으로 보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국립극장에서 수입한 NT Live 매진 사례만이 아니다. 영화관 메가박스의 오페라·클래식 공연 실황 중계는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술의전당이 영상화 사업(SAC on Screen)을 통해 클래식·뮤지컬·발레 등을 영상화해 전국에서 상영하고 있다.

공연 영상화 선구자는 영국과 미국이다. NT Live는 2009년 6월 첫 실험에 나섰다. 영국 유명 여배우 헬렌 미렌 주연의 '페드르'를 시작으로, 30개 넘는 공연을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초반엔 '무대 위의 땀방울과 열정을 값싸게 디지털화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300만명 넘는 관객 동원과 30여 개국 1100개 극장에 수출이라는 큰 성공을 거뒀다. 영국에서만 550개 극장에서 관객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NT Live를 통해 영국산 연극의 대표작인 '프랑켄슈타인' '워 호스' 등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오페라가 대표적 수출상품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공연인 이 오페라는 2006년부터 전 세계 50여 개국 2000개 넘는 극장에서 실황으로 중계되며 연간 수백만 명이 관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 한 해 메가박스가 '메트: 라이브 인 HD' 등 총 9개 신작과 1개 앙코르 공연을 상영한다. 웬만한 흥행 영화를 넘볼 만큼 객석 점유율도 높다. 메가박스가 실황중계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등도 매년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영상화 공연의 장점은 VIP석보다 생생한 화면과 추가 영상이다. 메트오페라는 4K 카메라 10~12대로, NT Live는 5~8대로 촬영한 영상은 배우를 클로즈업해 표정까지 생생하게 읽을 수 있고, 고정된 객석과 달리 근거리와 원거리를 오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1막 시작 전이나 인터미션 시간에 주연 배우와 스태프 인터뷰, 무대 뒷모습을 비춰 공연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가격은 NT Live가 1만5000원, 메트라이브가 3만원이다. 일반 영화에 비해 고가지만 수십만 원을 넘는 실연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햄릿'을 관람한 직장인 김옥진 씨는 "외국 신작을 서울에서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생각보다 화면이 크고 영상이 생생해서 만족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2013년 11월 영상화 사업을 시작했다. 오페라 '마술피리', 뮤지컬 '명성황후', 발레 '라 바야데르' 등 현재까지 제작한 공연은 총 12편. 회당 10억원 가까이 투입되는 외국에 비해 편당 1~2억원 규모로 제작하고 있지만, 3년차에 들어서면서 4K 카메라를 10대 이상 동원해 영상 품질을 높이고 있다.

상업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서울 공연을 볼 수 없는 군부대와 지역 문예회관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상영횟수 510회, 관람객 8만명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연극 '페리클레스', 발레 '심청' 등을 영상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김미희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팀장은 "국내 공연 영상화 기술은 완성도에서 NT Live에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영상화할 만한 공연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라면서 "지방 문예회관을 채울 공연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영상화 수요가 꾸준히 있다. 올해 안에 전국 동시 실황중계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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