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안 보이는 韓 경제"..기업도 가계도 얼어붙었다

경계영 2016. 3. 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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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2016년 2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에 앞서 잠시 눈 주위를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당장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가치도 같이 떨어지면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바라보는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대표적 수출산업인 자동차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매출액이 4200억원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지만 항상 들어맞진 않는다. 기업은 환율 변동 폭 등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하는데, 예상을 비껴간다고 해서 전략을 그때마다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 수준을 1101~1200원으로 점친 기업은 63.5%에 달한다. 지난달까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11.68원이다.

가격 경쟁력은 둘째 치고 전 세계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관계자는 “북미시장이 그나마 선방하곤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됐고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렵다”고 전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예전엔 땅 어디에 파이프를 꽂아도 지하수가 쏟아졌다면 이제 웬만큼 파도 지하수가 나오질 않는다”고 우려했다.

단위 : 억달러,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수출 역대 최장기간 감소…기업심리도 ‘꽁꽁’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월 수출은 14개월째 뒷걸음질쳤다. 2001~2002년 13개월 감소세를 보인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 동안 수출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2월보다 12.2% 줄면서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나타냈다.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수출 단가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단가 하락률은 21.0%로 지난 1월 14.2%보다 더 떨어졌다. 국제유가 급락과 동시에 단가가 내려간 석유·화학제품을 제외하더라도 철강,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DP) 등 역시 공급 과잉에 밀려 단가도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경제심리는 살아날 줄 모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3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제조업체의 업황 BSI는 내수 제조업체 대비 하락 폭이 컸다. 그만큼 체감경기가 더 추웠다는 의미다. 서비스업을 위주로 한 비제조업 또한 2월 업황 BSI가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내렸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연초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확대되는 데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사상 초유 통화정책에 일본과 유럽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며 “대내적으로 북한 관련 리스크까지 더해져 기업 심리도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자료 : 한국은행

◇소비자 지갑도 안 열려…“체질 개선 시급”

경기가 얼어붙는데 소비자라고 지갑을 열 리가 없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을 밑돌며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로 돌아갔다. 지난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돈을 풀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친 셈이다. 지난달 초 ‘유일호 경제팀’은 재정 조기집행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경제주체의 심리를 녹이진 못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초 재정 조기집행 효과를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지난해 하반기 추경 효과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올해 추경을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그 규모를 늘려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정책에 이어 통화정책이 나올 시점이지만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현재 금리(기준금리 1.5%)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금리 변동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성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구조를 전환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성일 팀장은 “기업들의 자체 경쟁력을 살릴 수 있도록 꾸준히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이와 관련한 비전을 경제주체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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