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필리버스터 출구전략 '진통'..강경파·정의당 반발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당내 일부 의원들과 정의당이 "이대로 끝내선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날 자정을 넘겨 2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더민주는 전날(2월29일) 저녁 의원총회를 열어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와 논의해 필리버스터를 계속할지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종인 대표 등 비대위와의 심야 회의 끝에 1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 의원총회에 충분히 많은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고, 기존 필리버스터 신청 의원들의 발언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는 당내 여론에 기자회견이 연기됐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의원총회를 이날 저녁 6시30분 한 차례 더 열고, 자신이 마지막 무대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자정 전에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에는 필리버스터 정국의 장기화가 더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3·1절 전 필리버스터 종료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더민주 내에서 필리버스터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중단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더민주의 출구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 만의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지해선 안되며 의총을 소집해달라"고 밝혔다.
이학영 더민주 의원도 페이스북에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의 입장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못하게 된 의원들의 볼멘 소리도 나왔다. 지도부는 당초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던 의원들에게 신청을 취소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식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7일 동안 밤마다 자리를 지켜온 본회의장. 오늘이 마지막 밤이 될 듯하다"며 "37번째였던 저에게 기회는 오지 않을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강경파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여 필리버스터가 중단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의당이 더민주 지도부의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필리버스터 중단 시점이 2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더민주의 전격적 중단 결정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반민주 악법의 위험성을 깨달았던 민주시민들에게 놀람과 우려를 안겨줬다"며 "혹시나 하는 우려가 실망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심상정 상임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국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려고 하기보단,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필리버스터가 자정을 넘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는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마지막)와 함께 야권 3당을 대표해 마지막 필리버스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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