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슈타인 하버드의대 교수 "수술 대신 레이저 치료받는 시대 온다"

임솔 기자 2016. 3. 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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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치료의 대가인 디터 만슈타인 하버드의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은 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레이저는 순간적인 빛의 에너지를 이용해 물체를 변형시키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산업용부터 의학용까지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세계에서 피부 레이저 기기의 명칭을 잘 아는 사람은 한국인이 유일합니다. 한국 여성은 예뻐지기 위해 각종 레이저 시술을 받습니다. 한국 의사는 새로운 레이저 기기가 나오면 다른 나라 의사보다 먼저 공부합니다.”

레이저 치료의 대가인 디터 만슈타인(Dieter Manstein)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피부과 교수는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2월 19~23일 서울에서 열린 피부레이저학회 강연차 한국을 찾은 그는 빡빡한 강연 일정 탓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직전 인터뷰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독일에서 태어난 만슈타인 교수는 의사 겸 물리학자다. 미국 하버드의대 피부과 레이저 연구팀에서 20여년간 레이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피부 레이저 기기 ‘프락셀’ 개발자로도 알려져 있다.

만슈타인 교수는 “산업에서 의학까지 레이저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라며 “환자에게 안전하고 간편한 레이저가 수술까지 대체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란 무엇인가. 레이저는 어떻게 쓰이고 있나.

“레이저는 순간적인 빛의 파장을 이용해 물체를 변형시키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레이저는 산업 현장에서 금속이나 철을 자르는 데 이용된다. 바코드 리더기, 레이저 포인터, 컴팩트 디스크(CD) 등 일상에서도 레이저를 이용한 제품을 흔히 볼 수 있다.

의학용 레이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피부 반점을 제거할 수 있는 레이저가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후 얼굴에 점을 빼거나 여드름 흉터를 치료하는 피부 레이저로 발전했다. 1980년대에는 눈의 각막을 얇게 잘라 시력을 회복시키는 안구 레이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레이저를 이용해 라식수술이 보급됐다.”

-직접 개발한 레이저 기기는.

“대표적인 제품이 ‘프락셀’이다. 프락셀은 여드름 흉터와 손상된 피부를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레이저 끝의 미세한 바늘을 피부에 접촉시키면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로 인해 2~3일간 피부가 붉어지다가 원래의 매끈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레이저를 이용해 지방세포를 얼리는 비만 치료기 ‘젤틱’도 개발했다. 젤틱을 팔, 허벅지, 배 등에 대고 30~60분 가량 있으면 일부 지방세포가 얼게 된다. 이 지방세포는 몸 속 수분에 섞여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된다.

지난해에는 제모 치료기 ‘린스캔’을 개발했다. 제모를 원하는 사람은 보통 주기적으로 제모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한다. 이 제품은 몇 차례 시술로 영구적인 제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제품은 한국 JMO제모피부과 고우석 원장과 공동으로 임상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초등학생 때부터 레이저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레이저의 강력한 에너지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83년 독일 뮌스턴대에 입학해 의학과 물리학을 동시에 전공했다. 오직 레이저 연구를 위해 어려운 두 학문을 동시에 배웠다.

피부 레이저는 피부 표면에 영향을 준다. 빛의 세기와 파장의 깊이를 조절하면 피부 안쪽에도 영향을 준다. 레이저를 연구할수록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느꼈다.”

-의학과 물리학을 동시에 배우면 레이저 연구에 도움되나.

“의학만 배우면 레이저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물리학만 배우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레이저 연구를 할 수 없다. 레이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만족이다. 레이저를 연구하려면 환자에게 적용되는 레이저의 파장과 깊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의 트렌드도 알아야 한다.”

-레이저 기기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의학용 레이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가 어렵다. 레이저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강하면 피부가 손상될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가 너무 약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대신 레이저의 에너지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다양한 치료 영역에 접목할 수 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증(간섬유증)을 레이저로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간경화가 심해지면 보통 간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간 이식수술을 받아야 한다.
레이저로 간에만 작용하는 약을 전달할 수 있다. 레이저 끝에 약물을 넣어 레이저를 쏘는 ‘드럭 딜리버리 시스템(DDS)’을 활용하면 간경화를 치료할 수 있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지만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하면 수술없이 몸 속 장기(臟器)를 치료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레이저의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한국, 중국 등에서 짝퉁 레이저 기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레이저 원리를 흉내만 낸 제품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원래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 레이저 기기도 쏟아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환자가 불만족스러워 할 수 있다. 에너지 세기가 약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에너지를 조절할 수 없어 피부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인체에 쓰는 레이저 기기라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사와 환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

-레이저 특허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매달 레이저 특허 사용료로 받는 수익이 월급보다 많다. 수익의 대부분은 레이저 연구비에 재투자한다. 레이저 연구팀 모두 인류를 위한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눈 앞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아도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피부 관리를 넘어 질병 치료가 가능한 레이저를 평생 개발할 것이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연구는 무엇인가.

“레이저를 이용해 질병 치료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 피부과를 포함해 내과, 외과 전문의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의사의 목표는 오직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는 데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환자를 위해 노력한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한국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쟁력을 가진 나라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한국 의사들의 자문을 얻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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