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돌풍 왜.."위안부 합의에 대한 시민들의 극장 시위"

2016. 2.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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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일만에 100만…예매율 상승
“아프지만 꼭 봐야할 영화”
입소문 타고 단체관람 많아

영화 '귀향'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이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로 다시금 상처받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나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 박근혜 정부의 과거사 역주행을 저지하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모여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귀향>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을 본 관객 수는 106만1271명에 이른다. 사전 예매율은 이날 오후 기준 33.3%로 9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3·1절을 맞아 일제에 유린당한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관객들의 발길 또한 몰릴 것으로 보여, <귀향>의 흥행 질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귀향> 제작에서 상영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시민 7만5200명이 제작비를 모아 14년이 걸려서야 제작이 완료됐다. 조정래 감독은 <한겨레21>과 함께 진행한 온라인 제작비 모금에 힘입어 2015년 4월부터 어렵사리 촬영을 시작했지만 나흘 만에 제작비가 모두 떨어져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때 임성철 프로듀서 등 제작진이 집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고, 동네 카센터 사장님, 헬스 트레이너, 세탁소 아저씨 등 일반 시민들에게 투자를 받고서야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다. 개봉 직전까지 상영관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관객들이 <귀향> 예매에 나서고 상영관을 넓혀달라는 온라인 청원에 나서면서 또 한번 장벽을 돌파했다.

영화에서 악독한 일본군을 연기하기도 한 임성철 프로듀서는 백범 김구 선생의 외종손이다. 그는 2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집안이 어려워 건설현장에서 일해서 간신히 대학엘 갔는데 막말로 김구 선생님 자손이면 뭐하냐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귀향>을 접한 것은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프로듀서는 촬영 직후 희귀질환인 쿠싱병 진단을 받고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영화계에선 <귀향>의 흥행 요인으로 두가지를 꼽는다. 영화저널리스트 김형석씨는 “<귀향> 관람은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 영화를 통로로 한-일 위안부 합의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시하는 일종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영화마케터 한순호씨도 “사회적 이슈와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진데다가 외국에서의 뜨거운 반응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준 경우”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외국을 돌며 후원자 시사회를 연 <귀향>에 대해 <뉴욕 타임스>에서 한 면을 할애해 보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가족·단체 관람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8일엔 최태성 서울 대광고 역사교사가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귀향> 관람 이벤트를 열기도 했으며 3·1절을 맞아 단체관람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의 한 학원은 1일 오전 금촌의 한 영화관을 빌려 학생과 학부모 160여명이 단체로 <귀향>을 관람하기로 했다. 이 학원 이우성(44) 원장은 “한-일 위안부 협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최근 역사 이슈에 대해 온 가족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로 한 고교생 김아무개(17)군은 “정부가 피해 당사자나 국민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합의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들이 겪었던 참혹한 고통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며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영화표 1장을 사는 것이 투표용지 1장을 찍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귀향>에 대한 공감과 호응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남은주 기자, 파주/박경만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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